정몽준 국회의원
과거 군사독재 시절 주미 대사관 직원 등이 정부에 불리한 증언을 한 후 귀국하면 신변이 위태롭다며 미국에 망명한 경우는 있었다. 그런데 미국 법원의 판결문은 마치 한국이 아직도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인 듯 묘사하고 있다. ‘김 씨에게 신변 보호를 제공해야 할 한국 정부는 체포령을 내리고 통신을 감청하고 여행을 제한해 신변을 보호할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 여러 증언과 증거들을 볼 때 한국 정부는 그를 보호할 능력이 없다.’
미국 지방에 있는 이민법원 판사가 한국 정치상황을 알 리가 없다. 그는 자신에게 제공된 증거만 가지고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처했기에 이처럼 수치스러운 판결이 나올 수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미국처럼 긴밀한 동맹국 간에 정치적 망명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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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또 한 번의 권력세습 과정을 거치면서 내부 단속에 혈안이 돼 있다.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고 어떤 도발을 해 올지 모른다. 부상하는 중국은 북한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쇠퇴하는 미국이 얼마나 더 한국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을지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조차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야당은 정당 강령에서 한미동맹 해체와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당시 총리를 지낸 제1 야당 지도자는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며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실정이다.
대북 포용론은 과거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들어 여권과 야권 모두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통일부도 5·24 제재 조치 이후 금지됐던 개성공단 설비 반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북 제재가 풀리는 것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햇볕정책의 효과나 영향에 대해 심층적이고 객관적인 논의나 평가를 해 본 적이 없다. 김 씨 사건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달린 대북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북한동포들은 품어야 하지만 무슨 희생이 따르더라도 북한 정권에는 대적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안보는 우리가 지킨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김 씨의 말이 귓가에 울린다.
정몽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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