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베팅사이트와 연계된 승부조작의 불똥이 프로축구와 프로배구를 넘어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로도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박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한탕주의가 결국은 가장 순수해야 할 스포츠계에까지 침투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승부조작 파문이 가장 먼저 확인된 프로축구에선 무려 50여명에 이르는 관련 선수들이 무더기로 영구제명, 자격정지 등의 중징계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프로배구에서도 구속자가 하나둘 늘면서 하루가 다르게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대구지검이 수사진행을 이유로 범법 행태와 연루자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있지만 학습효과를 경험한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는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14일 “종목의 특성상 야구에선 승부 자체를 조작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문 브로커들이 나서서 특정 플레이를 놓고 저연봉 선수를 매수해 불법행위를 저지를 개연성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며 “실제로 불법 도박사이트에 연루된 선수가 있는지 개별 구단들에 자체적으로 진상을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 총장은 이어 “브로커의 진술만 있지, 아직 구체적인 범죄 사실과 연루자는 밝혀지지 않았으니 지금으로선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정은 한국농구연맹(KBL)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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