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만 알면 상대방에게 송금하고 자동화기기(ATM) 출금도 가능전자쿠폰 발급·버스카드 처럼 결제되는 등 각 은행마다 특화 서비스 제공
최근 은행들이 전자지갑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시작하면서 달라진 시대상이다. 만약 이 서비스가 정착되면 굳이 지갑에 현금을 채워 넣고 다닐 필요가 없다. 필요한 돈은 스마트폰에 넣으면 된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4월 ‘모바일 머니’라는 전자지갑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으며 최근 신한은행의 ‘ZooMoney(주머니)’와 하나은행의 ‘하나 N 월렛(Wallet)’이 거의 비슷한 시점에 나왔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서비스의 내용이나 약관이 조금씩 다르지만 주된 기능은 대체로 비슷하다.
A 씨의 사례와 같은 송금 기능은 전자지갑의 가장 핵심적인 서비스다. 지금까지는 인터넷 뱅킹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여러 가지 비밀번호를 누르고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기존의 휴대전화기로 하던 모바일 뱅킹도 공인인증서, 계좌번호를 쓰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자지갑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면 된다. 마치 문자메시지를 보내듯 간편하다.
다음은 전자지갑에 사용할 돈을 넣는 것, 즉 현금 충전이다. 해당 은행에 계좌를 가진 고객이면 바로 전자지갑 앱을 통해 충전할 수 있다. 계좌가 없다면 자신이 거래하는 다른 은행에서 전자지갑 회원가입을 할 때 만든 가상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된다. 일반적인 타행 계좌이체와 방법은 같다.
만약 돈을 받는 사람이 전자지갑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돈을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 받는 사람의 스마트폰엔 “OO님이 OO원을 보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뜬다. 받는 사람이 이 메시지를 받고 해당 전자지갑 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돈을 받아 쓸 수 있다. 이런 송금기능을 잘 활용하면 A 씨처럼 음식값을 같이 지불할 때뿐 아니라 여럿이 선물을 사거나 경조사비를 대신 부탁할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또 전자지갑에 충전된 돈은 해당 은행의 자동화기기(ATM)에서 언제든지 ‘진짜 현금’으로 출금할 수 있다.
전자지갑으로 송금하거나 결제한 내용은 자동으로 앱에 보관된다. 현금 지출 내용이 일일이 기록되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바로 가계부 역할을 할 수 있고 자녀의 용돈관리도 쉬워진다. 다만 전자지갑 서비스는 만 14세 이상 본인 명의로만 이용이 가능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충전 한도도 50만 원 이내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고액 송금이나 결제에는 적합지 않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