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직 개편은 1995년 남양연구소 설립 이래 가장 규모가 크다. 경기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는 연구원 8500여 명과 협력업체 파견 연구원, 시제품 생산 인력 등을 합해 근무 인력이 총 1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자동차업계 최대 연구조직이다. 현대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남양연구소의 이번 조직개편은 “신차 개발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1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남양연구소의 이번 조직개편 방안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 정 회장의 최종 결재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남양연구소는 이전까지 소형 및 준중형차, 중형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차종별 생산 공정에 맞춰 차량개발 1센터, 2센터, 3센터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1센터에서는 소형 및 준중형, 2센터에서는 중형에서 대형차종까지를, 3센터에서는 SUV 차종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싼타페’ ‘쏘렌토’ 등 SUV를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듯이 R&D도 차종에 따라 나뉜 단일 센터에서 책임지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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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구조는 간소화하지만 인적 자원은 더 확충할 방침이다. 선제적인 R&D 강화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선두를 노린다는 전략에서다. 현대차는 현재 8500여 명인 R&D 인력을 3, 4년 내 1만1000여 명으로 늘리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인재도 적극 채용할 방침이다.
현대차의 이번 ‘헤쳐 모여식’ 연구소 개편은 이전까지의 ‘팔리는 차’를 만들기에 급급해 ‘생산에 종속된 R&D’가 아닌 ‘선진화된 전문 연구조직’으로 거듭나 세계 자동차 시장의 추종자(follower)가 아닌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에서다.
현대차는 이전 18개였던 차량 플랫폼(차체뼈대)을 현재 6개로 줄였으며, 2014년까지 4개로 줄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플랫폼은 차량을 이루는 근간으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차종을 만들수록 회사의 수익성은 높아지고 제품 개발기간도 짧아진다.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가 플랫폼을 공유한 대표적 모델이다.
플랫폼 공유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분야별 전문성 강화는 필수다. 이미 독일 폴크스바겐이나 부품업체인 보쉬, 콘티넨털 등 해외 선진업체는 파워트레인·섀시·안전(safety) 등으로 연구조직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 부문별 전문성을 높여 플랫폼 공유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기초공학과 재료개발, 신차 선행연구 등 연구부문별로 나뉜 연구센터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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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