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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새샘]빈곤 굴레 벗게 할 작지만 커다란 힘

입력 | 2012-01-14 03:00:00


이새샘 사회부

스리랑카 킬리노치 현지 취재 중 작은 ‘사고’가 있었다. 학교에서 인터뷰할 때와는 비노자 가족의 상황이 달랐던 것이다. 나뭇잎으로 엮은 움막이라던 집은 직접 가보니 벽돌과 시멘트로 지은 집이었다. 여자들만 있는 집이라 해코지 당할 걱정에 난민캠프에서 돌아오자마자 빚을 내 지었다고 했다.

거짓말을 한 이유를 묻자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할까 봐 겁이 났다”고 했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꼭 자전거를 받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비노자는 인터뷰 때도 “도와준다면 꼭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말한 아이였다.

스리랑카에서 학비는 정부 정책상 무상이지만 공부하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이 든다. 그런데도 공부에 매달리는 건 의사나 교사처럼 안정된 직업을 가져야 참담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기자의 눈에는 1960년대 한국과 겹쳐 보였다. 10리 길을 걸어 학교에 가고 자식 대학 보내려고 소를 팔았다던 그 시절 부모님 얘기가 바로 지금 스리랑카의 모습이었다.

이런 지역에 자전거는 더 큰 꿈을 꿀 자유를 준다. 일회성 식량 지원과 달리 자전거는 빈곤에서 벗어날 발판이 된다. 이동시간을 아껴 공부하고 싶은 게 이들의 절박한 심정이다. 기부금으로 현지에서 자전거를 사면 그 나라 산업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동아일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연중 공동캠페인으로 진행하는 ‘두 바퀴의 드림로드’를 통해 스리랑카뿐 아니라 아프리카 우간다와 세네갈 등 제3세계 국가에 자전거를 보급할 계획이다. 후원금이 모이면 1차로 스리랑카에 자전거 1000대, 2차로 아프리카 우간다, 세네갈에서 요청한 200대를 지원한다.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도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비노자에게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해도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절박한 눈빛 때문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뜨거운 태양 아래 수km를 걸어가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싶었던 모양이다. 한 달 1만∼3만 원, 작은 도움이 그들의 꿈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이새샘 사회부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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