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집 사흘째… “조건 까다로운 탁상행정” 학생들 분통
9일부터 접수하고 있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요건을 갖춘 주택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 때문에 대학생 대상 전세임대주택 사업이 대학 주변의 주택공급 상황과 월세 선호 등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LH가 전국 총 1만 채의 전셋집을 빌린 뒤 대학생에게 보증금 100만∼200만 원, 월세 7만∼17만 원에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당첨된 대학생은 본인이 직접 전세주택을 물색해 LH에 계약을 요청해야 한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집은 1인 가구 기준 전세금 8400만 원 이하면서 전용면적 40m² 이하, 부채비율 80% 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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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전세를 구한다 해도 대학가에 공급이 많은 원룸은 정부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오피스텔은 별도로 취사시설과 화장실 등이 갖춰져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원룸은 건축물관리대장에 주거용으로 분류가 돼 있지 않으면 입주가 불가능하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C공인 대표는 “대학교 근처의 원룸은 상가를 개조해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있는 게 대부분”이라며 “정부가 현실을 알고 정책을 만든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중개업자는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춘 주택은 20곳 중 1곳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이유로 전세임대 접수처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벌써부터 당첨 이후를 걱정하고 있었다. 숙명여대 이모 씨(21)는 “방학 때 전세 구하러 다니는 학생이 많고 학교 근처에 전세가 드물어 미리 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대학생 전세난’은 지난해부터 예견됐다. LH는 지난해 10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시범 실시하며 1000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계약에 성공한 사례는 107건에 그친다. 당첨자가 고른 전세주택이 선정 기준에 미달돼 무더기로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우려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LH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었다”며 뒤늦게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오피스텔, 반전세 등 지원대상이 늘어난 데다 굳이 대학 근처가 아니더라도 전셋집을 구할 수 있어 지난해 같은 전세난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면 LH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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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인턴기자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