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신경림 등 ‘시인이 시를 쓰다’ 펴내
정현종 시인의 ‘환합니다’ 육필원고.
대개 컴퓨터 화면의 커서 끝에서 시어들이 탄생하는 세상이기에 이번 육필 시집은 시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이하석 시인은 “육필이란 몸과 이어진, 또 다른 제 힘의 한 모습”이라고 정의했다. 나태주 시인은 “육필 시집은 한 시인에 대한 철저한 기념물이다. 아뜩한 환희요, 행운을 넘어선 그 무엇이다”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쓰는 육필 원고에 대한 감회도 새로웠다. 이정록 시인의 감회는 한 편의 시 같다. “컴퓨터로 시를 찍다가, 오랜만에 볼펜으로 또박또박 시를 옮겨보았다. 가운데 손가락 끝, 펜 혹이 부풀어 올랐다. 작가는 펜 혹으로, 구부려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씻거늘, 그간 손가락이 물러진 것이다.” 정일근 시인은 육필 작업의 고통을 토로했다. “유리 펜도 닳고 잉크도 줄어들고 손끝을 타고 내 정신이 뭉텅뭉텅 빠져나가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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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