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니스트 신수정-바리톤 박흥우의 ‘겨울 나그네’ ★★★★
8년째 ‘겨울나그네’를 무대에 올린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왼쪽)와 바리톤 박흥우 씨. 모차르트홀 제공
사랑에 실패한 청년은 추운 겨울 연인의 집 문에 ‘잘 자요’라고 써놓고 먼 길을 떠난다. 눈과 얼음이 뒤덮인 겨울 들판에서 방랑하는 그의 앞에 도깨비불, 까마귀, 백발 같은 상념이 스쳐 지나간다. 바리톤 박흥우 씨는 청년의 슬픔과 고독, 두려움을 절제된 표현으로 펼쳐내며 이 가곡집의 시적이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살렸다. 오랜 기간 동안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는 시종일관 박 씨의 음성과 알맞은 음량의 균형을 유지했다. 피아노는 폭풍처럼 몰아쳤다가 나뭇잎처럼 살랑댔고 한순간 따사로운 봄날이었다가는 부르르 떨며 서글픈 현실을 상기시켰다.
24곡의 노래로 이뤄진 ‘겨울나그네’는 휴식 없이 이어졌다. 피아노 옆에 마련한 스크린에는 신 씨가 직접 번역한 가사를 띄워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