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손대지 않으면 `대구사건' 끊이지 않을 것"
동아일보 DB
학교폭력 전담 교사들은 초등학교까지 퍼진 '일진 악습'을 수술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대구 사건'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일진'과 거리가 먼 평범한 아이들도 일그러진 그들의 문화에 젖어들어 잠재적 가해자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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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겸해 폭력전담을 맡고 있는 이모(46ㆍ여)씨는 학교 친구들의 잔인한 괴롭힘을 참다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중학생 사연을 접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올해 1학기 때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당시 "아이 몸에 멍 자국이 있다"는 5학년 남학생 부모의 신고를 받고 조사를 한 결과, 이 학생이 학교 친구 4명으로부터 2개월 동안 학대에 가까운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피해 학생은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군대놀이에서 졸병 역할을 했는데, 잘못할 때마다 도구로 몸을 찔렸다. 그런 과정에서 몸에 멍이 든 것이다.
그런데 대구의 중학생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해학생들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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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일진'의 폭력 행태를 고스란히 모방한 것이었다"면서 "아이들이 '일진' 그룹을 두려워하면서도 힘을 앞세운 그들의 행태를 선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 씨가 재직하는 학교에는 '일진'이 존재한다. 그가 파악하기로 남녀 통틀어 20명 안팎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 학교 '일진'들을 폭력서클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함께 몰려다니며 세를 과시하거나 중학생을 포함한 선후배들과 '양 관계'를 맺은 아이들이다. '양 관계'는 후배는 선배를 '양오빠, 양언니'로, 선배는 후배를 '양동생'으로 여기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씨가 직간접 경험을 통해 파악한 `일진' 그룹의 비행과 탈선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하다. 구타, 흡연, 따돌림, 상납 등 도저히 초등학생이라고 믿기 어려운 행동을 버젓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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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3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그는 교육당국의 닫힌 자세도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학교의 교장, 교감들은 '일진' 문제가 생겨도 덮으려고만 하고 담임교사도 윗사람 눈치를 보면서 동조하기 때문에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초등학교 때 '일진'들은 몰려다니는 정도지만 중학교 선배와 연계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일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초등학교 때부터 예방하고 지도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제안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