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대학원 후배 성폭행, 1심 3년6월→2심 무죄
▶본보 6월 27일자 A13면 “네게 지식 주는데… 너는 뭘 줄래?”
○ “성폭행 뒤 성추행도 여러 차례”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던 B 씨(여)가 논문지도 선배인 박사과정 연구원 A 씨(35)를 고소한 것은 지난해 6월. B 씨는 “지난해 3월 3일 내 원룸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학내에서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했다. 또 B 씨는 “‘아내가 아기에게 몰두해 있어 관계가 소원하니 욕구를 풀어 달라’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 1심 “구체적 진술, 경험 없이 불가능”
재판부는 “B 씨의 일부 기억이 명확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가볍게 술을 마신 후 갑작스럽게 당한 피해자가 범행 발생 3개월이 경과한 후에 범행 당시 일상적 사실들을 모두 정확하게 기억해내기 어려운 점으로 미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지 3개월 뒤에 뒤늦게 고소한 점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와 단둘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면서도 별도의 숙박시설을 예약하지 않은 점과 이에 따라 결국 단둘이 학회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몰리자 논문지도 선배를 고소하게 된 경위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2심 “통증 심할 텐데 소리 안 지르나…”
1심 선고 직전 합의를 요구하던 A 씨 측은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고 방어에 나섰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를 포함해 전관(前官) 출신이 대거 보강됐다. 변호인단은 A 씨의 신체감정 결과를 증거로 제시하면서 “선천적으로 발기 시 성기가 왼쪽으로 60도, 아래쪽으로 30도 휘어지는 음경만곡증(페이로니씨병)이 있어 삽입 시에는 한 손 이상의 보조가 필요하고, 상대방에게 강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재형)는 15일 “성기의 기형 때문에 한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잡고 삽입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해자가 그런 상황에 대해 언급이 없어 B 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신체적 특성상) 성폭행을 당할 당시 상당한 통증을 느꼈을 텐데도 단순히 옆방에 들릴 것을 우려해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는 점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대법원 최종 판단은?
B 씨는 재판부의 무죄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증거 채택을 인정한 신체감정 결과의 신빙성부터 의심했다. 그는 “그렇다면 피고인의 부부 관계는 어떻게 해왔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B 씨는 즉각 상고했다.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맡게 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