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로 뛴 4대 그룹 총수 행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해외에서 170일이나 머물렀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하반기에는 그룹 경영을 위해 미국과 일본을 누볐다. 9월 말 미국으로 출국한 이 회장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찾아 40년 사업 파트너인 코닝 본사를 방문한 데 이어 일본 도쿄에서 일본 경제인들과 만났다. 18일 만에 귀국하는 길에 그는 “지금과 같은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삼성맨들에게 채찍을 들었다. 이처럼 늘 위기를 강조하는 이 회장 덕분에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7∼9월) 애플을 꺾고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무선사업부는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인 50조 원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국내 산업계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이끈 정몽구 회장은 올해 4차례 출국했다. 정 회장의 해외 방문은 크게 ‘품질 점검’과 ‘설비 확충’이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6월 미국, 9월 유럽 방문길에서는 현지 판매 및 생산거점을 찾아 현황을 직접 점검하며 품질 고급화를 주문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둘러보며 향후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을 살폈다. 특유의 ‘품질 경영’으로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권의 자동차 기업으로 키워낸 정 회장의 해외 현장경영은 내년에도 이어져 브라질 등 신흥시장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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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행보에 활발했던 다른 그룹 총수들과 달리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국내 현장경영에 ‘올인(다걸기)’했다. 뒤돌아보면 20년간 선제적으로 투자했던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꽃을 피웠고, 앞을 내다보면 LG의 미래 먹을거리로 부품·소재사업을 선택함에 따라 국내 생산현장을 직접 챙기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2월 충북 오창의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경북 구미의 LG전자 태양전지 공장을 시작으로 올 한 해 9차례나 지방현장 점검에 나섰다. 4월에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러 다시 오창을 찾은 구 회장은 GM, 르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주요 인사들을 ‘안방’에서 맞았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