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만화계 거장 마키노 교수-일러스트레이터 아키야마 교수 방한
마키노 게이이치 교수
2012년 4월 1일까지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제2회 국제만화예술축제 초청으로 방한한 일본 만화계 거장 마키노 교수(74)와 일러스트레이터 아키야마 다카시(秋山孝) 다마미술대 교수(59)의 말. 두 사람은 “요즘 사람들이 이용하는 이모티콘은 일종의 상형문자”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자를 사용하던 때와 달리 한글이나 히라가나 등 기호를 사용하게 되면서 글자에 감정을 담을 수도, 느낄 수도 없게 됐다. 그래서 이모티콘을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화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게 두 교수의 주장이다. 만화는 단순한 이모티콘보다 훨씬 강렬하게 다양한 의미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 21세기 새로운 상형문자가 될 수 있으며, 민족마다 다른 언어의 한계도 넘어설 수 있다는 것.
아키야마 다카시 교수
포스터에 담긴 일러스트를 주로 그려온 아키야마 교수는 한국 포스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1987년 민주항쟁 때 최루탄에 맞고 쓰러진 고 이한열 씨의 모습을 형상화한 포스터를 꼽았다. 그는 “메시지를 응축해 보여주는 힘이 대단하다. 정치 포스터로는 아시아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한국 전통문화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그는 “호랑이, 까치, 잉어, 거북 등이 등장하는 조선 민화는 재치가 있고 메시지가 담겨 있으며 표현력도 풍부하다. (조선 민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마키노 교수는 “한국인과 만화는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감정의 부각이 만화의 특징인데, 한국인들은 일본인과 달리 평소에도 감정을 잘 드러내는 만큼 만화의 감정선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그는 “한반도와 가까운 시코쿠 섬 고치 현 출신 중에 훌륭한 작가가 많은데 이들의 성향은 한국인과 비슷하고, 그만큼 감정을 표현하는 데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만화가들은 창의적이고 그려내는 기술도 좋아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세계적인 만화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