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로 뛰겠다, 잊혀진 내 이름 되찾기 위해…”
광주 진흥고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꼽히며 빅리그 진입까지 노렸던 정영일이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2006년 7월 LA 에인절스 입단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영일. 동아일보DB
먼 길을 돌아왔다. 5년 전 이맘때는 메이저리거를 꿈꿨지만 지금은 국내 프로야구 ‘정식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초고교급 투수였던 그의 소망은 소박했지만 절박했다.
미국 프로야구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던 정영일(23)이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뛴다. 고양은 25일 “정영일이 최근 입단에 합의했다. 특별대우는 없으며 다른 선수들과 같은 조건”이라고 밝혔다. 고양 선수들의 연봉은 10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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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일은 당시 연고 구단인 KIA의 1차 지명을 받았지만 계약금 100만 달러를 받고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말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전문지인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를 에인절스의 유망주 4위로 꼽으며 2010년에는 팀의 제5선발을 맡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대를 모았지만 정영일은 끝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혹사당한 팔이 문제였다. 부상이 잦았고 재활은 길었다. 5년 동안 루키리그와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24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쳤고 결국 올해 5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국내로 돌아온 정영일은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상무나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1999년 이후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2년간 국내 구단과 입단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야구규약 때문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무나 경찰청 야구단도 2군 리그에 참가하는 정식 구단이기 때문에 해당 규약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고양은 KBO가 관리하는 구단이 아니다.
“더는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해 최근 3개월 동안 제대로 훈련도 못했다. 일반 군 입대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지난주 고양에서 연락을 받았다.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배울 수 있다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최근 체중이 늘었지만 몸 상태는 최고다. 26일부터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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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온 뒤 오기가 생겼다. 뭔가 보여줄 것이다. 야구팬들에게 잊혀진 내 이름을 꼭 되찾고 싶다.”
‘Do Wonders’는 기적을 이룬다는 뜻이다. 고양이 팀 이름을 원더스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다. 25일 정영일의 미니홈피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기적은 일어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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