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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핵심 인력 너마저…” SC제일銀 명퇴 ‘속앓이’

입력 | 2011-12-22 03:00:00


“나갔으면 하는 사람은 남고, 핵심 인력은 나가려고 하니….”

5일부터 13일까지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SC제일은행이 핵심 인력으로 꼽히는 상당수 프라이빗뱅커(PB)들도 명퇴 신청한 것으로 드러나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명퇴를 신청한 SC제일은행 직원은 전체의 13%, 정규직원의 20%에 해당하는 848명에 이른다. SC제일은행 명퇴 사상 최대 규모로 당초 은행 측이 기대했던 500명보다도 훨씬 많다. 신청자들은 이달 30일 은행을 떠난다. SC제일은행은 명퇴자들에게 34개월 치의 월급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 자녀 2명까지 최대 5600만 원의 학자금, 400만 원 규모의 창업지원금, 건강검진비 180만 원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 명퇴자와 비교하면 최대 1억 원 정도 더 많다. 문제는 고액 자산가 공략을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해 온 PB 및 프라이어리티뱅커(PRB) 40여 명이 명퇴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에서 PB는 예치금 10억 원 이상의 고액자산가, PRB는 1개월 수신 평균잔액 5000만 원 이상 또는 월급여 800만 원 이상의 중상위 자산가를 관리한다. 이 은행은 전국에 7개의 PB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 한 명당 2명의 전담 직원을 배치해 ‘듀얼케어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PB 영업을 펼쳐왔다. 제대로 된 PB 한 명을 키우려면 통상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이들이 담당한 부자 고객들의 동시 이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 경영진은 명퇴를 신청한 PB, PRB들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설득에 나섰지만, 이들은 “조직에 비전이 없다”며 퇴직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PB와 PRB들은 6월 말부터 67일간 진행된 SC제일은행 파업 당시 다른 직원보다 먼저 파업을 철회하면서 노조 측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최근 은행은 물론이고 증권, 보험사 등도 강남에 잇따라 PB센터를 세우면서 PB의 몸값도 덩달아 비싸진 상태. 명퇴를 신청한 한 PB는 “파업을 겪으면서 은행과 노조 모두에 실망했다”며 “명퇴 조건도 좋아 옮기기에 적당한 시기”라고 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