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상 서라'는 당국 지시에 '추워죽겠다'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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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방송 화면 캡쳐.
북한 주민에게 김일성 주석은 존경스런 지도자였다고 할 수 있다.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경력, 김일성의 절대 통치 시기에 누렸던 경제성장과 상대적 풍요로움, 친화적인 지도자의 품성, 건전한 사생활 등은 많은 북한 주민에게 숭배와 존경의 대상이었다.
반면 김정일 통치기간에는 더욱 강화된 주민 탄압, 경제난에 따른 극심한 생계난, 부도덕한 사생활에 대한 소문 등은 주민들에게 두려움과 거부감을 줬고 존경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한 1980년대 이후 무리한 우상화물 건설과 세계청년학생축전 같은 정치행사에 재정을 낭비하면서 북한 경제가 몰락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다.
채널A 방송 화면 캡쳐.
청진 출신의 탈북자 송모(여·57)씨는 21일 "북한 노인들은 '공산주의가 언제 오나 하고 기다렸더니 이미 지나간 걸 몰랐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며 "이는 김일성 때가 김정일 때보다 더 좋았다는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두 지도자의 통치를 경험하면서 '존경'과 '반감'이라는 상반된 감정은 두 지도자의 사망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평양 출신의 탈북자 민모(남·30)씨는 "중학교에 다닐 때 김일성이 사망했는데 대부분의 평양시민이 땅을 치며 통곡했다"며 "당시 주변에서 통곡하는 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씨는 김정일 사망 발표 이후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평양 분위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평양시민들이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것 같이 보였다"며 "통곡소리도 너무작아 오히려 내가 김정일이 진짜 사망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일성 사망 당시 북한 주민들의 애도 모습을 시청했던 한 북한 전문가도 이번 김정일 사망 때는 북한 주민들이 억지로 슬픔을 연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대북소식통은 "김정일 사망소식 발표 다음날인 20일 당, 근로단체 조직을 통해 김일성 동상이나 벽화 주변에서 교대로 호상을 서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들었다"며 "이 지시에 일부 북한 주민은 '이 엄동설한에 무슨 미친 짓이냐' '추워죽겠다'고 불만을 표출한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동영상=통곡하는 평양 시민들 영상 ‘진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