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지정 세계 유일 3관왕 ‘거문오름’
《한라산이 제주의 아버지라면, 어머니 같은 존재가 있다. 확인된 386개 오름들이 그것이다. 용암이 바다 위로 솟구쳐 제주를 만든 건 한라산이지만, 그 위에 곶자왈과 용암계곡을 만들면서 땅에 생명의 기운을 심고 키운 것은 오름들이다. 온 종일 허리를 펴지 않고 산자락에서 밭고랑을 매는 어머니 같다.》
거문오름은 토해 낸 용암이 북동쪽으로 터져나와 말발굽 모습을 띠고 있다. 식물들은 용암바위에 뿌리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줄기보다 뿌리가 굵고 강하다. 멀리 한라산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제공 제주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는 그 가운데 거문오름과 동굴계를 ‘자연유산’뿐 아니라 ‘생물권보존지역’, ‘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세계 유일의 트리플크라운(3관왕)이다. 그 비밀을 탐험하는 건, 따라서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 자연과 생명
거문오름으로 만들어진 용천굴의 호수(위)와 진주 같은 석회석. 사진제공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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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오름 탐방은 여름도 좋지만, 한겨울도 매력적이다. 여전히 푸른 이끼와 나무들로 가득한 데다 낙엽이 져 거문오름 전체를 조망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트레킹 방법은 3가지로 거문오름탐방안내소(064-784-0456)를 출발해 분화구 안을 둘러보는 2시간의 태극길과 산 정상부를 돌아보는 1시간의 순환길이 있다. 전체를 보려면 3시간 반 정도 예상해야 한다. 날이 좋으면 정상부에서 한라산의 위용을 볼 수도 있다. 대부분 길이 나무 덱(deck)이어서 초등학생도 걸을 수 있으며 흙길도 부드럽고 폭신해 밟는 느낌이 좋다.
넘쳐흐른 용암을 따라 바다 쪽으로 내리 걷는 1시간 반짜리 5km 용암협곡길 트레킹도 있다. 트레킹길 끝엔 드넓은 녹차밭 다희연이 있다. 다만 이 트레킹은 1년에 한 번만 가능하다. 선흘2리 김상수 이장은 “금년에는 6월 세계자연유산센터(조천읍 선흘2리) 완공 혹은 9월 6일 세계자연보존총회(WCC)에 맞춰 한달 여간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문오름 탐방은 자연휴식을 위해 화요일은 쉰다. 하루 300명만 출입을 허용하는데 최소 이틀 전, 주말이라면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오전 일찍 가면 원시의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다.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스틱과 아이젠 구두는 착용 금지, 생수 외에 음식물 지참도 안 되며 비가 와도 우산을 쓸 수 없다. 무엇보다 거문오름 탐방을 즐기려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게 좋다.
제주=최수묵 기자 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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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곶자왈: 숲을 뜻하는 ‘곶’과 바위와 자갈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 바위 틈새의 공간이 천연 온도·습도조절기 역할을 해 식물 성장에 최적의 조건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