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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내신 절대평가,특목고 가볼까?

입력 | 2011-12-20 03:00:00

2014학년도부터 중고교 내신 절대평가제 실시… 성적만 좋으면 누구나 ‘A’ 가능
특목고 대입 내신 불리함 사라져… 하지만 ‘무조건 특목고 行’은 독 될수도




 

《“중1 딸을 외국어고에 반드시 진학시켜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동안 ‘외고에 진학하면 내신점수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란 걱정에 망설였거든요. 하지만 고교 내신 제도가 절대평가로 바뀐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굳혔어요. 딸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좋은 내신점수를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어머니 최모 씨·서울 송파구)》

특수목적고 및 자율형사립고 진학을 둘러싼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이 더 커졌다. 지금 중1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4학년도부터 내신 제도가 기존 9등급(1∼9)의 상대평가 방식에서 6단계의 절대평가로 바뀐다는 방침을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금 중1이 고등학생이 되어 받을 성적표에는 ‘○등급’ 식의 석차등급이 사라지는 대신 과목별로 ‘A∼F’의 성취도가 기록되는 것이다.

특목고 및 자율고 진학을 결심하는데 ‘걸림돌’이던 내신 부담이 사라지면서 “특목고 및 자율고 열풍이 다시 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특목고·자율고, 대입에서 유리해질 것”

적잖은 학생과 학부모가 ‘차라리 일반계고에 진학해 1등급을 받는 게 대학입시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특목고, 자율고 진학을 포기하기도 했다. 상대평가 방식에서는 소위 ‘날고 기는’ 학생들이 몰린 특목고, 자율고가 좋은 내신점수를 받기에 불리했던 게 사실. 하지만 이젠 다른 학생들의 성적에 관계없이 자신만 잘하면 ‘A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교육전문가들은 “특목고 및 자율고 학생들이 대입에서 불리했던 상황이 개선되는 수준을 넘어 훨씬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절대평가 도입으로 내신 A등급을 받는 학생 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매년 난도가 쉬워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대학들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논술이나 면접을 사실상 본고사 수준으로 치를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평소 심화학습을 해온 특목고, 자율고 학생들의 점수가 월등히 높으리라는 것.

서울의 한 자율고 교사는 “내신 변별력이 낮아지면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내신 A등급 이상만 지원 가능’처럼 평가요소가 아닌 지원자격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일반계고 교사는 “대학진학률에 민감한 고교로선 학생들의 대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내신시험을 쉽게 출제할 수밖에 없다”면서 “논술이 크게 어려워질 게 불 보듯 뻔하지만 일반계고에서 심화논술수업을 하기란 전문교사 수급문제, 학생들의 수준 등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고 전했다.

 

○ “무조건적 특목고·자율고 진학, 오히려 독”

한편 일부 교육전문가는 “내신 제도가 절대평가로 바뀌어도 대입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내신은 대입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평가요소가 아니었다는 게 이러한 주장의 근거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대입 수시모집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비교과활동이며 정시모집에서도 내신이 실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100점 중 1∼3점에 불과했다”면서 “내신 제도 변화로 특목고, 자율고 학생들만 대입에서 유리해진다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를 보자. 서울대는 올해부터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폐지하고 입학사정관전형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정시모집에선 학교생활기록부를 40% 반영하지만 내신 1등급과 3등급의 점수차는 불과 4.5점. 즉, 수능에서 한두 문제를 더 맞히는 것으로 내신 2개 등급 차를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무조건적인 특목고 및 자율고 진학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특목고, 자율고 진학 후 어려운 교과내용과 시험을 감당하지 못해 내신 A등급 이하를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 무리하게 외고에 진학해 B등급 이하를 받는다면 최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기회조차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 “특목고·자율고 입시, 비교과활동 대폭 강화될 수도”

한편 일부 특목고 및 자율고 교사들은 “내신 제도 변화에 따라 고교입시에서 지원자를 평가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중1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4학년도부터 특목고 및 자율고 입시 경쟁률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 대비해 우수한 학생을 엄선하기 위한 입시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 외고 교사는 “중학교 내신 제도도 절대평가로 바뀌기 때문에 (현행 선발방식인) 영어 내신 점수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데는 부족함이 따른다”면서 “자기주도학습전형이란 큰 틀은 유지하되 비교과활동과 면접의 비중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교사들은 “극단적인 경우 정부의 눈을 피해 심화교과지식을 묻는 면접을 진행하는 특목고, 자율고가 생길 확률도 없잖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부 자율고 교사들은 “기존에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던 서울의 지역단위 선발 자율고에 일부 학생에 대한 직접적 선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자율고 진학이 대입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추첨을 통한 선발방식을 납득하지도 못할 뿐더러, 추첨에서 떨어졌을 경우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자율고 교사는 “지원가능 조건을 기존 내신 상위 50%에서 상위 30∼40%대로 조정하거나 선발정원 중 일정 수의 학생에 대한 선발권을 학교에 주어야 입시 경쟁률이 급상승했을 때 닥칠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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