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대란에 과다전류 제어 아이디어 ‘번쩍’
2001년 출범한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단’은 해법으로 ‘초전도 한류기’를 개발하고 있다. 한류기는 벼락을 맞거나 고장이 생겨 평소보다 수십 배 많은 전류가 전선에 흐르면 순식간에 이를 감지해 전류량을 줄여주는 장치다. 한류기에 들어 있는 초전도체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초전도 한류기의 실질적인 개발을 책임진 심정욱 LS산전 선임연구원(사진)은 “초전도 한류기가 상용화되지 않아 지금은 차단기를 쓰고 있다”면서 “차단기는 전력사고가 생겼을 때 0.005초 뒤에야 전류를 차단하는데 초전도 한류기는 이보다 50배 빠른 0.0001초 만에 이상 신호를 감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지름 10cm인 초전도체 박막 한 장 가격이 사업단을 시작할 당시 300만 원을 넘었다. 저항을 없애기 위해 초전도체를 영하 196도로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한류기 제작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심 연구원은 “초전도체가 워낙 비싼 게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라면서 “경제성과 기능을 골고루 충족할 수 있는 초전도체의 적절한 양을 찾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초전도체와 고속 스위치를 함께 사용하는 ‘초전도 복합형 한류기’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고장전류를 감지하는 역할은 초전도체를 사용하되 이후에는 고속 스위치로 고장전류의 경로를 바꾸고 한류저항기에서 고장전류의 크기를 줄였다. 사업단은 2007년 2월 배전급(22.9kV급) 630A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고 작년에는 세계 최대 용량인 22.9kV, 3000A를 만들었다. 초전도 복합형 한류기는 폭 1.4m, 길이 3.5m, 높이 2.3m, 무게는 2t으로 ‘작은’ 편이다. 같은 용량급의 초전도 한류기는 20t쯤 나간다.
초전도 복합형 한류기 내부 모습.
청주=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