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부터 ‘1988’까지 코 끝 자극하는 빈티지 향연
서울신라호텔 콘티넨탈에서 선보이는 ‘데귀스타시옹’의 메인 메뉴인 스테이크는 와인을 기본으로 한 마르살라 소스와 그릴에 구운 스테이크의 숯불 향이 샤토 랭슈바주 2008과 멋진 어울림을 자랑한다. 서울신라호텔 제공
국내 와인 마니아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샤토 랭슈바주가 2009년 빈티지 첫 시음 장소로 한국을 택했다. 2009년 빈티지는 그해 기후조건이 포도 생산에 최상이었던 때라 파커는 94∼96점을, 미국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는 96∼99점을 부여할 만큼 세계 와인 마니아들이 첫 시음을 기다리고 있는 빈티지다. 동아일보 위크엔드3.0이 세계에서 최초로 코르크 마개를 딴 샤토 랭슈바주 2009 시음 현장에 다녀왔다.
1일 늦은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 콘티넨탈에는 ‘황금 빈티지’를 맛보려는 와인 마니아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소장하고 있던 샤토 랭슈바주를 갖고 와 비교 시음을 해보겠다는 참석자들부터 직접 샤토 랭슈바주 2009에 맞는 라벨을 그려온 이들까지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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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샤토 랭슈바주 2009가 소믈리에의 정갈한 손놀림으로 테이블 위 와인 잔에 채워지자 첫 만남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도 있었다. 기자가 맛본 샤토 랭슈바주 2009의 첫 느낌은 풋풋함이었다. 마치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과일향도 코끝을 즐겁게 했다.
이윽고 나온 미셸 랭슈 레제르브 화이트 2009는 블랙 슈트를 잘 차려 입은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같았다. 코끝에 퍼지는 도도한 향은 도시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코의 감각을 깨우며 와인에 압도됐던 식욕도 일깨웠다. 이때 함께 나온 시트러스 젤리의 차가운 사과 수프와 산 다니엘 햄, 캐비아 요리는 미셸 랭슈 레제르브 화이트 2009와 묘한 조화를 이뤘다.
샤토 ‘랭슈바주’의 장샤를 카즈 대표.
토마토와 청경채를 곁들인 바닷가재 요리와 함께 나온 로스탈 카즈 그랑 뱅 와인은 프랑스 남부 랑그도크루시용 지역에서 시라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첫 향은 진한 과일향이다. 입안에서 상당히 농축되고 잘 익은 과일 맛이 난다. 하지만 당도는 그리 강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묘하게 매콤한 향이 올라온다. 아시아 음식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것이 이날 참석자들의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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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를 진행한 서울신라호텔에서는 올해 말까지 샤토 랭슈바주 2008과 함께 ‘데귀스타시옹’ 메뉴를 고객들에게 선보인다. 홍정화 서울신라호텔 콘티넨탈 소믈리에는 “샤토 랭슈바주 2008은 부드러운 타닌과 함께 강하게 지속되는 끝맛이 일품인 와인”이라며 “트뤼플(송로버섯의 일종)을 비롯한 각종 버섯과 향긋한 시트러스 계열 소스가 곁들여지는 전채요리, 생선이나 푸아그라 요리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모두 9가지 코스로 구성된 데귀스타시옹은 25만 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