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유진그룹이 인수한 하이마트는 4년간 창업주인 선 회장 단독대표 체제를 유지해오다 지난달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공동대표 체제가 됐다. 유 회장 측은 당시 공동대표 취임의 이유를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 회장이 최근 다시 단독대표 체제를 요구하며 갈등이 표면화됐다.
28일 현재 지분 분포를 보면 유진그룹이 유리하다. 유진의 하이마트 지분은 32.4%인데 선 회장 측 지분은 우리사주 등 우호지분을 포함해 27.6%. 선 회장이 표 대결로 유진을 이기려면 기관투자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굵직한 투자자들은 ‘중립’이 많고 일부 기관은 유진 쪽으로 기울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양측이 서로의 도덕적 측면을 도마에 올려놓으면서 감정싸움도 격해지고 있다. 선 회장 측은 “유진이 회사를 인수할 때 7년 경영권 보장을 해줬는데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은 “경영권 이양을 조건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며 해당 내용을 담은 계약서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유진은 선 회장의 자녀들이 하이마트 광고 및 직원 출장 일정과 관련된 일감을 모두 떠맡는 등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했다. 선 회장의 딸은 하이마트 광고대행사인 커뮤니케이션윌의 2대 주주이고 아들은 하이마트 계열 여행사인 HM투어의 대표다.
다소 여유 있는 유진과 달리 선 회장 측은 기관투자가들의 위임장을 받는 것도 녹록지 않아 궁지에 몰린 모습이다. 이에 따라 선 회장이 한 걸음 물러서며 양측이 합의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주총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승자 역시 타격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유진 측에서도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선 회장은 표 대결에서 지면 보유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밝혔고 선 회장을 따르는 하이마트 직원들은 집단 사표를 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