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김승규. 사진제공|울산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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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서 PK 두개 신들린 선방…그의 특별한 축구스토리
올시즌 부상으로 벤치만 지킨 후보 골키퍼
PK에 유독 강해 승부차기땐 어김없이 콜!
김영광 경고 누적으로 찾아온 선발 기회
PK 잇단 선방…6위 팀 챔프행 일등공신
축구에서 골키퍼만큼 중요한 포지션도 없다. 그러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환호는 대개 골을 넣은 공격수에게 향한다. 26일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플레이오프(PO)는 달랐다. 울산 골키퍼 김승규(21)에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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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울산은 후반 터진 설기현의 PK 결승골로 포항을 1-0으로 누르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직행티켓도 확보했다.
김승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승부차기에 강한 비결을 묻자 “나만의 노하우가 있지만 아직 경기가 남아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승하면 알려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안 된다. 은퇴 후에 말하겠다”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슈메이커가 된 김승규를 만나기 위해 PO 다음날인 27일 오후 울산 클럽하우스 서부구장을 찾았다. 김승규의 멘토를 자처하는 선배 김영광이 함께 자리했다.
● 승부차기에 약한 김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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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가 승부차기에 강한 비결이 궁금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승부차기에 강하지 않다”고 했다. 학창시절을 통틀어 승부차기에서 이긴 건 2008년 포항과 6강PO, 23일 수원과 준PO 딱 두 번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승규는 U-19대표팀 시절이던 2008년 10월, 태국 4개국 대회 결승에서 호주와 만났다. 득점 없이 승부차기에 들어가 김승규가 상대 킥을 두 개나 선방했지만 한국선수 3명이 실축해 1-3으로 패했다. 김승규는 승부차기에 강했지만 운이 없었던 셈이다.
옆에 있던 김영광이 전문가의 눈으로 힌트를 줬다. 김영광은 “모따가 찰 때 승규가 오른 손을 들어 왼쪽으로 차게끔 유도했다. 모따는 정말 킥이 좋다. 그런데 킥하는 순간 승규가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진성이는 승규와 머리싸움에서 졌다. 진성이가 킥을 하기 전 승규는 왼쪽, 오른쪽으로 계속 움직여 한 쪽으로 다이빙할 것처럼 모션을 취했다. 진성이가 가운데로 찼지만 승규는 움직이지 않았다. 승규가 한 수 위였다”고 분석했다.
사실 경기 중 PK에서 골키퍼가 한 가운데 서 있는 건 드문 일이다. 김영광은 “승부차기 때는 5번 기회가 있으니 1∼2번 정도 가운데를 택할 수 있지만 경기 중 PK는 다르다. 한 쪽을 포기하고 몸을 날리는 게 일반적인데 승규가 과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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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