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관 회장 인터뷰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희빌딩 집무실에서 서희건설의 철저한 원가관리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는 이봉관 회장. 서희건설 제공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66)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희빌딩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건설업은 원가 관리를 하지 않고 얼렁뚱땅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1994년에 설립된 서희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1조 원을 넘겼고 올해는 시공능력평가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실적은 주택사업에 ‘올인’하며 성장한 많은 중견건설사와 달리 일반건축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다른 건설사들이 관심을 덜 두는 교회 건축이나 학교, 병원 민간투자임대(BTL) 사업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며 “국내 학교 BTL 사업의 98%는 서희건설이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0년 초반 부동산 호황기 때 주택개발사업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었지만 쉽게 버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했다”며 “불황기에도 대비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구축하면서 어떤 침체기에도 견뎌낼 수 있는 체질을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서희건설이 중견건설사 줄도산의 원인이 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손대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른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접고 있는 침체기에도 서희건설은 지난해 ‘서희 스타힐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주택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음 달엔 경기 양주시 덕정동에서 1000채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분양에도 나선다. 이 회장은 “불황이지만 싸고 좋은 소형주택은 경쟁력이 있다”며 “우리의 원가경쟁력으로 양주 아파트 분양가를 3.3m²당 700만 원대로 낮췄는데, 거의 보금자리주택 수준”이라고 했다. 서희건설에는 정년을 넘긴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직원 40여 명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필요한 직원은 체력과 능력만 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일하게 하고 싶다”며 “이것이 직원을 위한 최고의 복지이며 회사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서희건설은 쓰레기 매립장이나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LFG 발전소’ 시장을 틈새 대체에너지 시장으로 보고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그는 “앞으로 주택사업을 탄탄한 축으로 키우고 현재 10% 수준인 토목과 플랜트 분야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