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한 서점서 ‘엄마를…’ ‘빛의 제국’꽂혀 있는 것 보고 ‘우리 책의 도전’ 실감
미국 5대 도시 돌며 낭독회… 소설가 하성란-한유주 씨 미국 5개 도시에서 열린 순회 낭독회를 마치고 돌아온 소설가 하성란(오른쪽) 한유주 씨. “외국 서적 비율이 1%밖에 되지 않는 미국 출판 시장에 한국문학이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주부 작가인 하 씨는 돌아오자마자 지난 주말 김장을 담갔고, 한 씨는 밀린 대학 강의와 집필 마감을 몰아서 처리하느라 감기 기운이 있다고 했다. “아직도 시차 적응이 안 돼 피곤하지만 미국 낭독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둘은 입을 모았다.
하 씨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서점을 방문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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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눈에 띄는 판매대에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장본들이 전시돼 있었다. 한국 문학과는 대접이 달랐다. 하 씨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미국 시장을 상대로 마케팅을 해왔다. 문학과 문화는 같이 가야 하는 것 같다. 미국인은 아기자기한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데 하루키 책 속에는 그 문화가 그대로 들어있어 작품을 친숙하게 만든다. 해외에 한국 문학뿐 아니라 문화를 알리는 일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씨가 쾌활하게 웃으며 거들었다. “언니(하성란)랑 그런 얘기를 했어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요. 미국 시장은 순수문학이 거의 없고 상업적 색깔이 강하지만 그래도 한국 순수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뭐 이제 시작이니 큰 걱정은 안 해요.”
둘은 시애틀의 워싱턴대,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미니애폴리스의 미네소타대 등 5개 대학에서 낭독회를 가졌다. 대부분 한국어나 한국문학 전공 학생들이 청중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한 씨는 브리검영대를 꼽았다.
“몰몬교도가 주로 다니는 학교였는데 선교차 한국을 왔다 간 학생들이 많아 대부분 한국어가 유창하더라고요. 고전문학과도 있어서 이두나 향찰 얘기까지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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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장편 ‘A’를 낸 하 씨는 단편집을 준비하고 있다. 한 씨는 이달 말 새 소설집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문학과지성사)를 낸다. “작품의 해외 진출에는 번역과 마케팅이 중요하지만 결국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작품을 쓰는 것밖에 없다”는 게 이들이 오늘도 원고를 쓰고, 다듬는 이유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