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예상되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재차 시위대의 ‘국회 점령’을 선동했다. 정 의원은 19일 한미 FTA 반대 집회에서 “촛불이 5만 개가 되면 한나라당은 놀라서 FTA 비준안 강행처리를 못할 것”이라며 “24일 국회로 와서 담장을 에워싸 달라”고 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도 “여러분이 국회를 점령해 달라. 경찰차를 에워싸는 데 5만 명이면 된다”고 거들었다. 정 의원은 지난달 31일에도 “4800명이면 국회를 둘러쌀 수 있다”고 선동한 바 있다.
금융자본의 탐욕에 분노하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점령’이라는 말이 저항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국회 점령’도 여기에서 따온 말이지만 천박하고 위험한 흉내다. 국회는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국가최고기관이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게 되면 민주주의는 조종(弔鐘)을 울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를 점령하라”는 정, 이 의원의 선동은 의회민주주의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1980년 신군부가 5·17 비상계엄 확대 과정에서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한 것과 뭐가 다른가.
국회의사당은 경계 지점부터 100m 이내에서는 옥외집회와 시위가 금지된 곳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준법을 솔선수범하고 국민에게 법을 지키도록 계도하기는커녕 법을 어기도록 부추기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만약 국회가 폭력 시위대의 수중에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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