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크로커다일트로피’ 완주 김기중 씨의 역전 레이스
작렬하는 태양 아래 흙먼지 속을 달리고 있는 김기중 씨. 약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그가 험하기로 유명한 산악자전거 레이스 ‘크로커다일 트로피’에서 10일간의 극한 레이스를 완주했다. 김기중 씨 제공
물집이 터진 손바닥과 욱신거리는 무릎을 견디며 1200km를 달려온 흙투성이 김기중 씨(38)는 자전거에서 넘어져 쓰러지듯 골인했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험하다는 산악자전거 레이스 ‘크로커다일 트로피’는 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선수들은 극심한 체력 소모로 달리던 도중 코피가 터져 피투성이가 된 채로 달렸다. 출전 선수의 약 5분의 1이 중도에 포기했다.
김 씨는 고등학생 때까지 100kg이 넘는 비만이었다가 대학 시절 지독한 감량으로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졌다. 그 부작용으로 관절염을 앓았다. 이후 발과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19일부터 28일까지 호주 퀸즐랜드 일대에서 열린 제17회 크로커다일 트로피를 완주하고 최근 귀국했다. 하루에 82∼189km를 달렸다. 전체 65명의 완주자 중 43시간39분5초로 32위를 했다. 그는 국가대표 출신 최진용(28) 박창민 씨(25)와 함께 출전했으나 두 선수는 컨디션 난조로 중도에 포기했다. 최 선수는 막판 불꽃 튀는 레이스로 현지 언론에도 크게 소개됐으나 무릎이 좋지 않아 그만뒀다. 이번 대회에서는 네덜란드의 예레운 불런(32)이 34시간50분14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김 씨는 2007년 경북 울진 산악자전거 행사장에서 60대 노인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본격적으로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지나 관절염이 낫는 기쁨을 맛봤다. 이후부터 그의 폭풍질주가 시작됐다.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에까지 나섰다. 김 씨는 “20대 초반부터 10여 년을 약 없이는 고통 없이 걷지 못했다. 걷고 싶다는 갈망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했다. 사업가인 그는 2014년 이전에 다시 RAAM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두 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이 가정과 사회에서 살아가는 큰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