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희영. 사진제공|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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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로 기자의 시크릿 필드
10월 31일 휴대전화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전날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희영(22·KB금융)의 고모 양연모 씨였다.
“희영이도 떡을 돌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승해보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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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더 발전해서 최근에는 우승상금이 1억 원 미만이면 한번만 떡을 돌리고, 1억 원 이상이면 이틀 동안 떡을 돌린다. 떡 대신 빵이나 과자, 지역특산품 등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우승 후 양희영에게 “우승하면 기념떡을 돌려야 하는 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양희영은 말꼬리를 흐리면서 “저도 해야죠”라고 했다.
흐릿하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양희영은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조카의 첫 우승에 고모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양희영은 2일 미국으로 떠난다.
고모의 도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올해 두 번이나 떡을 돌린 김하늘 프로에게 다시 도움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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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은 꼭 당일 만든 것으로 해야 하고, 어떤 것들이 들어가는 지 확인해야 해요. 잘못해서 오래된 떡이 오면 먹지도 못하게 되죠.”
김하늘의 도움에 양희영의 고모는 한숨을 돌렸다. “덕분에 떡을 잘 돌릴 수 있게 됐네요. 희영이가 안심하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비로소 웃었다.
선수들이 돌리는 우승떡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은 마음과 관계자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우승떡을 먹고 다른 선수도 기운을 내 우승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KLPGA 투어에만 있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