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뮤지컬단 ‘그날 이후’
서울시뮤지컬 단원들이 지난달 21일 영등포아트홀 무대에서 경쾌한 리듬과 춤으로 10대 청소년 탈선을 주제로 한 1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내가 너를 원해! 내가 너를 원해! 오 안아줘!”
감미로운 사랑의 노래는 탐욕으로 요동친다. 강한 비트를 타고 숨 가쁘게 전개되는 무대. 남녀의 속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키스만 하는 거야, 키스만.’(여) ‘키스부터 시작인 거야.’(남)
지난달 21일 어둠이 내린 서울 영등포아트홀의 객석이 숨죽임 속에 낯선 무대를 맞았다.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을 주제로 한 서울시뮤지컬단의 ‘그날 이후’다. 이 작품은 김효경 단장이 2009년 서울예술대 재직 당시 학생들과 개발한 것을 재구성한 창작뮤지컬이다. 실제 사례를 수집하고 관련 논문을 참고해 6개의 옴니버스로 꾸몄고 극 사이사이에 성교육 지침도 담았다.
여느 무대와 달리 배우들의 공감은 컸다. 두 아이를 둔 엄마배우 오성림 씨는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성교육을 할 것인가를 되돌아보는 계기였단다. 연습을 하며 화난 경우가 많았다는 여배우 유미 씨도 “성폭력 문제가 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깨친 무대였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그날 이후’가 청소년들의 훌륭한 성교육 수업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아들과 함께한 40대 주부는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반된 입장을 진지하게 봤다”며 “청소년의 책임을 강조하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문화센터에서 두 번째 공연을 마친 ‘그날 이후’는 이달 중순께 두 차례 더 서울의 관객들을 찾아간 뒤 전국 무료공연으로 무대를 넓힐 계획이다.
▼ 입도 벙긋하지 않던 아이들 이젠 “유 레이즈 미 업∼” ▼
■ 성미산마을극장 ‘예술교실’
염리합창반 아이들이 지난달 20일 염리청소년독서실 지하 교육장에서 합창연습을 하다 웃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발성연습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옹기종기 앉아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를 따랐다. 조금 전만 해도 산만하게 지하 교육장을 뛰놀던 아이들이었다.
발성연습에 이은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영어 가사를 한글로 또박또박 쓴 악보를 재빨리 감추는 다은이(한서초 4년)의 모습이 정겨웠다. 아이는 성악가 해도 되겠다는 선생님의 칭찬에 고무된 듯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연방 배에 힘을 줬다. 올봄 시작된 청소년 예술교육프로그램(일명 CI 프로젝트)은 마포 일대 80명의 아이들(초등 4년∼중등 2년)을 합창·기타·연극반 등 복지기관별로 나눠 교육하는 프로젝트다.
‘여럿이 모여 배우고 함께 즐기는 것’이 CI 프로젝트의 목표. 내년 2월엔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력도 뽐낸단다. 염리합창반 아이들은 수업이 거듭될수록 다가올 공연에 부푼 모습이었다. 고모와 살고 있다는 김유정(서울여중 2년) 진현(한서초 6년) 자매는 집에서도 서로 틀린 부분을 가르쳐주며 공연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교회에서 뮤지컬을 했다는 이정희 양(한서초 5년)도 친구들과 열심히 연습하자고 약속했다며 엄마에게 실력을 뽐내고 싶단다. 지도강사 김지선 씨는 “아이들의 변화에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며 아이들이 합창의 미덕인 화합과 자존감을 찾길 바랐다.
박길명 나눔예술 특별기고가 m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