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민단체 정치참여땐 순수성 상실
새 질서란 공익, 공생, 공정으로 추상화하여 말할 수 있다. 경제침체 상황 속에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중산층이 붕괴하고 서민층이 늘어났다. 젊은층의 취업난은 증폭되고 물가와 전세대란으로 서민층의 민생은 한층 불안정해졌다. 권력을 가진 정치권은 이런 문제해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리당략과 내부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해 왔다.
광고 로드중
이제 박원순 시장은 치열했던 선거전만큼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새 시장은 우선적으로 서울 시정이 과도하게 정치화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내년 대선을 위한 전초전 양상으로 비친 서울시장 선거의 분위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아무리 서울시가 최대 지방자치단체로 중앙정치와 밀착돼 있다고 하더라도 서울 시민을 중앙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해서는 안 된다. 서울 시정이 내년 대선을 위한 세몰이 정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 시정이 과도하게 정치화된 직접적인 원인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그에 따른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적 대립이다. 이념적으로 분열된 지역사회는 지방자치의 본래 목적인 생활정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기득권층과 비기득권층,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첨예화된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서울시장이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대 후보를 만나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갈등 봉합의 한 방편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제도권 정치에 심각한 위기를 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민단체들의 정치 참여로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자아낸다. 진보적 시민단체들의 전폭적인 지지 활동이 새로운 시정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면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시민운동의 본연의 자세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시민운동단체들의 정치활동이 관례화하는 것은 사회적 정치적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민을 위한 생활정치로 나아가야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또 한 번 위력을 떨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층 다수가 사용하는 SNS, 특히 트위터가 선거 정보의 확산과 선거 당일 지지층 투표 독려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위터 사용의 확산은 정보 검증이나 신중한 정책 토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은 시정에 대해 진지한 숙의를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광고 로드중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