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의 차라도 팔아야 한다.” 취업준비생 주모 씨(23)의 등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자동차 판매. 그는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리서치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 자료를 수집하고 영업을 위해 말하기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초짜 판매원이 자동차를 파는 데는 결국 실패. 그래도 그는 “노력이 대단하다”며 후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자동차 판매 아르바이트 얘기가 아닙니다. 4월 한국GM이 아리랑TV와 함께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 방송 프로그램 ‘컨텐더스(Contenders)’ 얘기입니다.
‘위탄(위대한 탄생)’ ‘슈스케(슈퍼스타 케이)’ ‘기적의 오디션’ 등 일반인이 참가하는 오디션 프로가 인기입니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는 과정을 소개하는 ‘컨텐더스’ 프로그램도 오디션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채용 과정이 방송을 타기 때문에 기업들로선 회사이미지를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한국GM에 이어 DHL, 러쉬, 한화케미컬, 하나투어 등이 참여했고 롯데백화점도 11월에 동참할 예정입니다.
도전자들에게 주어지는 미션은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GM은 서울모터쇼장에서 자동차 판매 하기와 경차 내부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 보여주는 손수제작물(UCC) 제작하기를 미션으로 내줬습니다. 하나투어는 동남아인과 미국인, 유럽인을 상대로 한나절 동안 우리나라 명소를 보여주는 맞춤형 관광코스 짜기를 과제로 내줬습니다. 롯데백화점은 마네킹을 주고 시즌에 맞게 디스플레이하기 등의 미션을 줄 계획입니다. 도전자들은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느냐로 평가받습니다.
취직이 어렵다 보니 일자리 구하기가 그야말로 ‘오디션에서 살아남기’ 수준이 된 셈입니다. 참가 지원자는 300∼600명 수준. 기업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알짜배기 인재를 얻었다”고 좋아하지만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살기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기 때문이 아닌지.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