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기청 지원 ‘장애인 맞춤 창업’ 1호점 연 문은숙 씨
문은숙 씨가 26일 인천 부평구 ‘아이누리 아동발달센터’ 앞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문은숙 씨(28)는 그동안 병원 등의 언어 재활치료사로 일했지만 27일부터 어엿한 사장님이 된다. 인천 부평구에 문을 여는 언어 재활치료 시설 ‘아이누리 아동발달센터’를 이끌게 된 것이다. 이 센터는 중소기업청의 ‘장애인 맞춤형 창업 인큐베이터’ 사업 지원을 받은 1호점이다.
문 씨는 여섯 살 때 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그는 이날 휠체어를 탄 채 물건을 직접 옮기는 등 개점 준비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문 씨가 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언어치료학을 전공한 것도 ‘장애인으로서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였다. 문 씨는 “신체 결함을 안고 있는 장애인이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지인의 소개로 언어치료를 전공하게 됐고,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 일부 교수는 “언어 치료 과정에서 과격하게 행동하는 일부 발달 장애아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문 씨는 “십수 년간 휠체어를 타면서 오히려 남들보다 훨씬 강한 팔 근육을 갖게 됐다. 얼마든지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대학원을 마친 뒤 2년 넘게 종합병원과 사설 재활치료 기관에서 치료사로 일하면서 자신의 말을 직접 실천에 옮겼다.
2009년 한국언어장애전문가협회 1급 자격증을 따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문 씨는 틈틈이 창업 준비를 했다. 나이 들어서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을 올리려면 내 사업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치료센터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밥벌이로만 창업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언어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의 심정에서 좀 더 완벽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 사설 치료기관들이 있지만 비용 때문에 양질의 언어 치료도구를 갖추는 데 인색한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다. 문 씨는 “먼저 치료도구를 잘 갖춰야 아이들에게 더 많은 언어자극을 줄 수 있다”며 “단순한 언어치료를 넘어 인지, 미술,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다면(多面)치료 서비스’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문 씨는 “소중한 기회를 잡은 만큼 센터를 잘 운영해 신체적 약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