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희망자 8만여명 고령화 심각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가족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현재 12만8615명이다. 이 중 37%인 4만7907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생존 이산가족도 90세 이상이 6.6%, 80세 이상이 43.6%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상봉을 희망하는 가족관계를 보면 부부 부모 자식 비율이 46.5%, 형제 자매 동생이 39.8%로 나타났다. 상봉 희망 생존자 8만708명의 나이를 감안할 때 이분들이 살아있는 동안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소식을 주고받으며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을 시급히 재개해야 한다.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자 하는 이산가족들의 영상편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휴대전화로도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실시간 영상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시대에 남북한 이산가족들은 가족을 지척에 두고도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산가족들의 애끊는 사연들을 더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덜어 주기 위해 적십자사 간 협의를 재개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산가족 문제가 정치 안보와는 별개의 인도주의 사업이지만 당국 차원의 협의와 결단이 필요한 사안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남북한 구성원 모두가 존엄과 자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공동체 형성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남북으로 헤어진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가 생사조차 모르고 살아가야만 했던 아픈 세월을 이제 더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내 부모, 내 형제의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혹은 다른 이유를 들어 방관하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생사 확인부터 빨리 이뤄져야
남북한 당국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더욱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해야만 한다. 금강산에 건립된 이산가족면회소는 본래의 취지대로 이산가족들의 상시 상봉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들의 전원 상봉이 어렵다면 상봉 신청자 전원에 대한 생사 확인만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금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