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 장충중 교사
서울에서는 2003년부터 교육복지 사업이 초중고교에 선별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기초수급자, 저소득 모·부자 가정 등 저소득 자녀를 위한 지원금으로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올해부터 7400만 원의 예산을 받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학습, 문화 체험, 심리 정서, 복지, 교육복지 지원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재적 461명 중 113명이 생활배려 대상 학생으로 급식비, 학교운영회비, 방과후 학교 자유수강권 등의 혜택을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서울 시민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어려운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학생들의 사연은 돌출되는 계기를 통해 알려지게 되지요.
학교 근처 월세방도 얻지 못해 지하철을 갈아타며 등교하고 고시원 지하에서 살다 5개월치 방값이 밀려 쫓겨나게 됐고, 학교 다닐 차비가 없어 학교를 못 다니겠다는 학생에게 복지사업 생활지원금으로 한 달 지하철 카드를 충전해 주고 복지관 쉼터에 자리를 잡게 인도할 수 있었던 것도 교육복지사업의 많지 않은 지원금이 마중물이 돼 한 가정의 안정을 찾게 해 준 좋은 사례입니다. 교육복지사업이 시작되기 전이라면 이런 어려운 학생이 발견돼도 체계 있는 조치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수업으로, 행정업무로 바쁜 교사가 아이 손을 잡고 치료 및 진단을 받기 위해 매일 동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원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슴을 졸이며 입원시키고 수술을 하면서 담임교사와 “지원이 안 되면 진료비를 반씩 카드로 결제합시다”라고 했지만 정말 운 좋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해결됐습니다.
학생이 다니는 교회에서 생활비를 지원 받았고 지역 주민센터는 반찬을 지원해 주었습니다. 밝은 얼굴의 아이가 교무실로 들어올 때면 불러 떼어놓은 손가락에 핸드크림을 발라 줍니다. 그리고 교직 평생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는 행복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불편한 현실을 인내하고 있는 아이들이 어느 학급엔가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학생들을 찾아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가장 시급한 교육복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이 자리를 빌려 늦었지만 국립의료원과 대한성형외과, 복지관 등 모든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정주 장충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