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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商 다닌 건, 내 인생 최고의 선택”… 경북여상 17명 은행공채 합격

입력 | 2011-10-19 03:00:00


은행 취업이 확정돼 연수를 앞둔 경북여상 학생들이 18일 대구 남구 대명동 교정에서 손생곤 교장(뒷줄 오른쪽), 취업지도 교사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여상(女商) 다니길 잘했습니다. 가족에게 힘이 될 수 있어 뿌듯해요. 세상이 내 것 같은 느낌입니다.”

경북여자상업고(대구 남구 대명동) 3학년 김현영 양(18)은 최근 외환은행 고졸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해 17일부터 연수를 받고 있다. 김 양은 “여상 다니는 걸 창피하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많이 느꼈다”며 “연수 과정에서 힘들 때면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며 이겨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 양 등 3명이 외환은행 공채에 합격한 것을 비롯해 올해 경북여상은 대구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 17명이 합격했다. 외환은행은 개별 학교로는 전국 최다 합격이라고 밝혔다. 한국산업은행에도 현재 3명이 면접과정에 있어 은행 취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너 명에 비하면 비약적인 증가다. 남현정 취업담당 교사(39·여)는 “금융권 취업은 다른 분야 취업을 이끌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합격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경북여상은 전교생 1400여 명 가운데 85%인 1100여 명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포함한 저소득층 학생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잇따른 금융권 취업으로 학교가 들썩거리고 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오로지 학교에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믿을 것이라곤 ‘실력’뿐이었다. 다음 달 대구은행에서 입사 연수를 받는 하민지 양(18)은 “그동안 마음 졸이며 취업 준비를 해온 시간이 꿈처럼 느껴진다. 이제 여상 출신에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입사 준비를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1961년 개교한 경북여상은 1970, 80년대와는 달리 여상의 위상이 점점 낮아지자 1999년 ‘경북여자경영정보고’로, 2001년에는 ‘경북여자정보고’로 학교 이름을 바꿨다. ‘여상’이라는 이름을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몇몇 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거의 중단했던 고졸 채용을 2009년부터 재개하자 지난해 원래 교명을 되찾았다. 금융권 취업 전통을 살려 여상 브랜드를 회복하겠다는 자신감에서다. 5년 전만 해도 취업을 원하는 학생은 20%가 안 됐으나 지금은 50% 정도로 높아졌다.

경북여상 교사들의 취업 뒷바라지는 부모 이상이다. 중요해지는 면접에 대처하기 위해 학생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연습을 한다. 교사들은 면접을 보러 가는 제자를 위해 다리미까지 들고 간다. 혹시 옷이 구겨지면 곧바로 다림질을 해주기 위해서다. 손생곤 경북여상 교장(60)은 “입학할 때는 여러 면에서 부족한 아이들이 그 어려운 입사시험을 통과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며 “여상이 이름값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