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모방한 시위가 지난 주말 세계를 뒤흔들었다. 특히 재정위기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에서 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월가 시위는 사회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런저런 불만을 토로한 것이 시작이다. 반면 남유럽 국가의 시위는 외형만 월가 시위에 동조한다는 것일 뿐 지난해부터 계속된 반(反)긴축 시위의 연장선에 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지금까지 생산하는 것 이상을 소비하며 문제를 키워왔다. 2008년 월가의 금융위기가 유럽에서 심각한 재정위기로 이어진 근본 원인은 복지정책의 남발로 각국의 국가 재정이 허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도 이 점에서 예외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균형예산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계속했다. 남유럽 국가의 대규모 반(反)긴축 시위는 오랫동안 단맛에 길들여진 국민이 갑자기 사탕을 뺏기자 분노하는 것과 다름없다.
‘점령 시위’가 세계적 유행이 됐지만 시위를 촉발한 뿌리는 하나가 아니다. 미국 월가 시위는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일자리 창출 없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오늘날의 자본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직장을 얻지 못한 청년들과 해가 갈수록 소득이 줄어드는 중산층이 국가와 사회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남유럽 국가들의 상황은 다르다. 자본주의 체제의 잘못보다는 과도한 선심 지출로 권력을 유지한 정치인들과 그들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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