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스포츠레저부 기자
말레이시아에서 여자 프로 골퍼는 아직 낯설고 경기력도 한참 처진다. 시상식에 참석한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는 켈리에게 “언젠가 말레이시아에 LPGA 타이틀을 안겨주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최나연은 미국에서 골프 유학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10대 소녀에게 어느새 우상이 돼 있었다. 그는 낯선 이국의 후배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도 한때 말레이시아보다 열악한 여자 골프의 변방이었다. 그런 한국이 100번째 LPGA 챔피언을 배출할 수 있었던 데는 골프 대디들의 지극한 부정(父情), 땀과 눈물로 상징되는 성실성과 함께 헝그리 정신이 한강의 기적처럼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다.
다행히 최근 국내외에서 자연재해 피해복구나 불우이웃 돕기 활동 등에 코리아 군단의 동참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니어 육성 기금으로 수만 달러를 전달하기도 하고 멕시코에 교실을 만드는 데 우승 상금의 절반을 내놓는 미담을 남긴 적도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여자 골프는 LPGA투어 100승 달성을 주변을 보살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최근 정체 조짐 속에 대형 스타가 줄어드는 한국 여자 골프의 현실을 타개하는 데도 나눔의 정신은 동기 부여와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입 맞춘 트로피가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한국 낭자가 쌓아 올린 금자탑은 새로운 지평을 향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종석 스포츠레저부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