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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SCHOOL DIARY]“실제 만남은 어색… ‘문자 남친-여친’이 좋아요”

입력 | 2011-10-11 03:00:00


 

#1. 서울에 사는 고1 H 군과 J 양의 실제 만남 스토리

싱글로 지내던 H 군은 어느 날 친구 K 군로부터 J 양을 소개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J 양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받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안녕? 나 ○○ 친구 △△야.” “아, 얘기 들었어∼. 반가워^.^” “ㅎㅎ 뭐해?”

이들은 우선 서로의 ‘셀카’(자기 얼굴을 찍은 사진)를 주고받았다. 문자메시지는 200건이 넘게 이어졌다. 스마트폰으로 무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이용했기 때문에 무한정 대화가 가능했다.

TV를 본다, 공부하기 싫다, 밥 먹는다, 씻고 잘 거다 등 소소한 일상을 하루 200∼300건의 문자로 서로에게 전하다보니 금방 ‘절친’(절친한 친구)이 됐다. 급기야 사흘째엔 이런 문자대화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다.

“집에 가는 길인데 넘(너무) 춥다!” “어떠케(어떻게 해), ㅠㅠ 꼭 안아주고 싶네, 헤헤” “정말? 그럼 나 지금 너희 집 앞으로 갈까?ㅋㅋ” “어딘 줄 알고∼ㅎㅎㅎㅎ”

H 군이 보기에 J 양의 문자 말투는 상당히 애교스러웠다. “지금 동생 요리해주고 있어” “빨래 개고 있어” 같은 문자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성격도 ‘천생 여자’ 같았다. 마음에 들었다. 사흘 만에 처음으로 음성통화를 했다. 둘은 서로를 소개해 준 친구 K 군과 만나 함께 놀기로 약속을 했다.

다음 날. H 군은 막상 J 양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니 쑥스러움이 몰려왔다. J 양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둘 사이엔 어색한 기운이 흘렀다. 대화도 자주 끊겼다.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노래방에 갔다. 주선자인 K 군이 마이크를 잡으려 하면 꼭 H 군이나 J 양 둘 중 하나는 서둘러 다른 마이크를 잡았다. K 군이 노래할 때 둘만 남아 대화해야 하는 어색한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였다.

어쨌든 J 양은 문자를 통해 짐작한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대방의 문자 말투와 내용에 기대를 품고 직접 만났다가 이미지가 너무 달라 “낚였다”(속았다)고 푸념하는 친구들이 열에 여덟은 되는지라, ‘이 정도면 성공이지’ 싶었다. 문자로는 절친하지만 만나면 어색한 것도 요새 거의 다 그렇지 않던가. 헤어지고 난 뒤 H 군은 휴대전화를 들고 또 문자를 찍었다. “잘 들어갔어? 오늘 즐거웠어∼.ㅎㅎ 뭐해?”

#2. 경기에 사는 고1 K 양의 실제 이별 스토리

K 양은 친구에게 장난삼아 “연하가 좋다”고 했다가 중3 L 군을 소개받았다.

L 군은 문자에 ‘ㅋㅋ’ 같은 자음을 남발하는 종류의 남자애가 아니었다. 무심한 듯한 ‘시크함’이 끌렸다. 그러다가도 간혹 “누나는요?^^”라며 이모티콘을 겸비한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은근히 귀여워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본 L 군은 예상과는 달랐다. 인상이 좀 무서운 편이었다. 문자로는 그렇게 대화가 편하더니 대면하고선 무슨 말을 할지 막막했다. 한 달간 대여섯 번은 만났지만 어색함을 피하려고 항상 각자 친구 한 명을 대동했다.

K 양은 L 군이 점차 부담스러워졌다. 딱히 누가 먼저 사귀자고 고백한 적도 없지만, 하루 100건씩 문자를 주고받는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K 양은 L 군의 문자에 1시간 반쯤 후에 답장을 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L 군의 문자는 차츰 뜸해지더니 이내 오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끝이 났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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