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소한 문제들/안보윤 지음/248쪽·1만 원·문학동네
두 사람이 있다.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슈렉’으로 불리며 왕따당하는 초등학교 5학년생 ‘아영’. 또래 남학생들에게 맞는 것을 넘어 성적 착취까지 당하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다. 서른아홉 살의 헌책방 주인인 ‘두식’은 게이다. 남자 후배를 사랑하지만 그 후배는 자신이 도박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밑천이 거덜 났을 때만 두식을 찾아와 돈을 요구한다.
이들이 만난다. 어느 날 또래들의 폭력을 피해 가출한 아영은 헌책방으로 숨어들고, 두식은 갈 곳이 없는 아영과 함께 생활을 시작한다. 주위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고 소외된 이들은 서로가 사회적 약자로서 ‘동류(同類)’임을 깨달으며 가까워진다.
아영과 두식을 절망의 끝으로 내몬 육체적 정신적 폭력은 끝난다. 하지만 깊은 상처가 남았고, 상황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그들의 자각은 매우 현실적이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