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사중 도청한 내용 공개금지 법안 추진“총리 치부 덮으려는것” 반발… 위키피디아 폐쇄
“언론에 재갈을 물리지말라” 5일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사생활보호법 개정안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입에 테이프와 지퍼를 붙인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왼쪽 여성이 붙인 흰색 테이프에는 ‘재갈을 물리지 말라’고 적혀 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AFP통신은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경찰이 수사 도중 감청한 내용을 언론과 웹사이트에 싣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5일 보도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시민들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치부를 감추려는 언론 탄압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로마 의회 앞에서 입에 지퍼나 테이프를 붙이는 ‘재갈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개정안에 따르면 신문이나 웹사이트가 사법당국이 수사 과정에서 녹음한 통화 내용을 게재할 경우, 이 내용이 개인 이익에 반하거나 편견을 조장한다고 판단되면 48시간 이내에 수정해야 한다. 이를 어기게 되면 온라인에 내용을 올린 사람은 한 달간 구금되거나 1만 유로(약 1583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웹사이트 운영자의 경우 30만 유로(약 4억7500만 원)까지 낼 수 있다. 법정에서 오가는 말을 언론인에게 전달한 사람도 최고 6년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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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이 통과되면 당장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는 위키피디아는 정부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위키피디아 이탈리아판을 잠정 폐쇄한다고 밝혔다. 위키피디아 측은 ‘위키피디아 사용자들’이라고 발신인이 적힌 공문을 통해 “토론과 확인의 절차도 없이 관련 내용을 수정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위키피디아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