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前사장 폭행 사주 혐의… 李회장 자택-본사 압수수색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을 폭행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윤재 피죤 회장의 개인 운전사 송모 씨(59)가 6일 오후 5시경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송 씨는 이 회장에게서 폭행 당일 현금 3억 원을 받아 김모 이사(50)에게 전달한 혐의로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쫓던 인물이다.
○ 현금 전달책 자진 출석
송 씨가 돈을 전달한 김 이사는 지난달 29일 조직폭력배들에게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이미 이 회장이 폭행을 사주하며 김 이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5일 수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던 이 회장은 다음 조사 때도 같은 주장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회장과 김 이사 사이의 현금 전달책인 송 씨가 이 회장의 직접적인 폭행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 진술하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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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외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사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 직후 경찰 조사에서는 진술하지 못했지만 9월 5일 폭행 당시 괴한 2명이 나를 끌고 집 앞에 세워둔 차량에 태우려 했다”며 납치 의혹까지 제기했다.
○ ‘피죤에 비둘기는 없었다’
국내 중견기업의 전직 전문경영인과 창업주 간의 전례 없는 갈등은 올해 2월 시작됐다. 30여 년간 지켜오던 섬유유연제 1위 자리를 경쟁 기업에 내주는 등 경영난을 겪던 피죤은 유한킴벌리 영업,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부문 담당 임원이었던 이 전 사장을 영입했다.
그러나 이 전 사장은 영입 4개월 만인 6월 해임됐다. “대표이사이자 사주인 회장의 결재권을 배제하고 단독으로 업무를 처리해 회장의 적법한 경영권을 침해했다”는 게 해임 사유였다. 이 전 사장과 함께 김모 마케팅 담당 상무, 이모 재무관리 상무도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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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불거지자 피죤 측은 지난달 26일 이 전 사장과 해임된 전직 상무들을 상대로 “퇴사 시 부정하게 취득한 내부 정보를 제3자에게 왜곡해 누설했다”며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이름과 달리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는 없고 갈등만 있었던 셈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