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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김해동]인공위성의 지구 추락과 통제

입력 | 2011-10-05 03:00:00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비행역학제어팀 선임연구

현재까지 발사된 인공위성은 6980개다. 이 가운데 3558개는 여전히 지구 주위를 돌고 있으며, 나머지 3422개는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한 뒤 소멸되었다. 매년 발사된 인공위성 개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계산하자면 지난 50년간 매년 68개씩 지구로 추락한 셈이다. 인공위성이 올라간 우주공간상의 임무궤도는 여러 가지 영향 때문에 지속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특히 고도 1000km 이하에서 많이 운용되는 저궤도 위성들은 연료를 이용하여 자기 임무궤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대기 밀도의 저항력 때문에 대부분 40∼60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고도가 낮아져 결국에는 지구 재진입을 통해 사라진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은 곳에 있는 지구 정지궤도상의 위성들은 수백 년 동안 지구 주위를 돌 수 있으므로 임무가 종료되면 남은 연료를 이용하여 200km 이상 고도를 높여 우주무덤으로 불리는 바깥 궤도에 남게 된다.

한편 운영이 종료된 인공위성의 고도를 명령을 통해 인위적으로 대기권 고도까지 짧은 시일 내에 낮춰 폐기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연료를 사전에 많이 싣고 가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 대안으로 미국은 2006년 국가 우주정책 보완을 통해 자국의 저궤도 위성은 임무 종료 후 자연 낙하에 따라 지구 대기권 진입 후 소각되기까지 최대 25년을 넘지 않도록 규정해 놓았다.

필요에 따라 인위적으로 고도를 빨리 낮추든지, 25년 이후에 대기권 진입이 시작되든지 간에 인공위성이 지상의 명령대로 움직일 수 있는 통제 가능한 경우에는 완전 소각이 되거나 마찰열에 의해 소각되지 않은 잔해물들이 지구에 추락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대기권 진입 각도, 자세, 진입 시각 등을 시뮬레이션 등으로 예측한 후 명령을 통해 최종 잔해물이 안전한 곳에 낙하하도록 하는 지구 재진입 유도기술 덕분이다.

하지만 남은 연료가 부족하거나 통제 불가능하면 최종 잔해물의 지상 낙하 지역을 사전에 예측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는 지구 대기권 재진입 시점과 진입 시 위성체의 자세각, 진입 속도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최종 낙하 지역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주감시위성과 전 지구적인 우주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지구 재진입 기술 노하우가 최고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조차도 최근 잔해물이 지구상에 낙하한 미국 대기연구위성(UARS)의 최종 낙하 지역을 수시로 바꿔 예측한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고도 350km 상공에 떠 있는 인류 최대의 우주 구조물인 국제우주정거장이 2020년경 퇴역할 경우 통제 가능한 상태에서 지구 재진입을 유도할 것이므로 인류에게 위험한 상황을 가져다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늘어나는 인공위성 발사에 따른 우주쓰레기 증가를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지구 재진입을 통한 안전한 인공위성 폐기 연구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 재진입 유도 및 예측 기술은 유인 우주기술과 맞물려 우주선진국들이 관련 기술 개방을 꺼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위험성이 증가하는 우주쓰레기 문제와 우주물체 지구 재진입, 지구 근접 소행성 물체 감시 등과 관련하여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다. 지구를 둘러싼 우주 상황 변화에 따른 국제적인 이슈들이 대두될 때마다 우주선진국들의 분석 결과가 나오기만을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관련 문제들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비행역학제어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