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침체 늪에서 파산 신청한 센트럴폴스市 가보니…
《 미국 뉴욕에서 북동쪽으로 자동차로 4시간 반 거리에 있는 로드아일랜드 주의 인구 2만 명의 소도시 센트럴폴스 시(市). 지난주 찾은 도시의 입구에는 ‘자랑스러운 과거, 희망찬 미래(A proud past, A promising future)’ 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막상 도시의 어느 곳에서도 희망찬 미래는 찾아볼 수 없었다.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는 기차역, 문을 닫아버린 주민센터와 도서관들로 마치 ‘유령의 도시’를 떠올리게 했다. 센트럴폴스 시는 지난달 1일 적자를 견디다 못해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
연금삭감 설명회… 분노와 허탈 퇴직한 센트럴폴스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7월 19일 현지 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연금 삭감 설명회에서 성난 표정으로 로버트 플랜더 파산관재인을 노려보고 있다. 프로비던스저널 홈페이지
경찰서장을 지냈던 남편이 사망한 뒤 연금을 대신 받아왔던 제니 갈리건 씨(78)는 매년 2만4000달러가량이던 연금이 1만6000달러로 줄어들 지경에 처했다. 그는 “겨우 입에 풀칠할 수 있을 정도지만 시에서 줄 돈이 없다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체념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며 연금이 반 토막 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연금 및 공무원 급여 삭감은 로드아일랜드 주 연방법원 판사 출신으로 찰스 모로 전 시장을 대신해 파산관재인으로 취임한 로버트 플랜더 씨의 작품이다. 그는 올 초부터 잇달아 시 공무원들과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연금과 급여 삭감 없이는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해 왔으며 7월 18일 최후통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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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파산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공공 부문 종사자이지만 시민들도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하긴 마찬가지다. 공공도서관은 운영자금이 없어 공식적으로는 폐관했고, 주민들이 1주일에 두 번 자원봉사자로 나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고 있다. 도서관 앞에 사는 마크 씨(42)는 두 자녀와 아내를 데리고 외출하는 길에 만난 기자에게 “전기가 끊어져 친척집에 가는 길”이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놀아주곤 했는데 저렇게 문을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마크 씨는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고 말했다.
역시 문을 닫은 퇴직군인 박물관 앞에 사는 숀 씨(48)는 지키지 못할 달콤한 약속을 했던 전 시장들을 성토했다. 그는 “전 시장들이 들어오는 수입이 뻔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미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얘기하겠냐”고 하소연했다.
○ 미국 재정적자의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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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잃어버린 도시 찰스 모로 센트럴폴스 시장 재직시절 도시 입구에 세워진 ‘자랑스러운 과거, 희망찬 미래’라는 내용의 표지판. 자랑스러운 과거는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재정적자로 희망찬 미래는 도시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센트럴폴스=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실제 2000년대만 해도 파산에까지 이르는 도시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최근 연구기관과 언론 등에서는 파산 도시 후보들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지원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센트럴폴스=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