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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원스톱형 짝퉁’ 걸렸다

입력 | 2011-09-21 20:55:00


'짝퉁' 루이뷔통 가방을 만들어 국내외에 내다판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이들이 만든 가짜 명품 가방은 진품과 구별이 거의 어려운 '특A급 짝퉁'으로 1개당 평균 20만 원에 날게 돋친 듯 팔려나갔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21일 가짜 루이뷔통 가방을 생산해 밀수출한 일당 5명을 적발해 주범 A 씨(51)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정품 시가로는 420억 원어치에 이르는 짝퉁 가방 2만점을 만들어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가방제조업자인 A 씨는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부터 반경 1Km 이내 주택가와 상가에 반제품 공장 1개, 완제품 공장 2개, 완제품 보관창고 1개를 두고 국내에서 원단 등 원자재를 구입해 가방을 만들어왔다. 원자재 보관창고는 경기 남양주시에 두고 관광객이 많은 이태원에 판매용 창고를 마련해 일본으로 밀수출하거나 국내에서 유통시켰다. 원자재 구입부터 생산, 국내 판매 및 해외 수출까지 원스톱(ONE-STOP) 시스템을 갖춘 상표법 위반 범죄가 적발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나머지 일당들도 반제품, 완제품 제조, 짝퉁물품 보관, 밀수출 등을 분야별로 분담하는 점조직 형태로 일했다. 물건을 보낼 때 기록이 남지 않는 퀵서비스를 이용하고 이름, 연락처, 품명을 허위로 기재한 국제특급우편을 통해 일본으로 밀수출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했다. 특급우편은 관광객들이 작은 물건을 부치는 일이 많아 의심을 덜 받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 세관에서 뜯어서 확인 검사하는 비율은 0.5%밖에 안 된다는 게 세관의 설명이다.

또 짝퉁 제품 거래를 숨기기 위해 정식모델명을 부르지 않고 '김하늘 핑크 자가드', '김혜수 씨마 사각' 등처럼 연예인의 이름을 붙인 은어를 썼다. 이를 위해 가짜 제품사진과 카탈로그까지 만들어 서로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판매대상을 일본인에 맞춘 것도 특징. 이들은 일본인이 선호하는 바둑판 모양의 가짜 '다미에' 원단의 루이뷔통 가방만 생산했으며, 압수물 약 6000점을 제외한 1만4000점은 주로 일본인들에게 팔았다. 1개당 백만 원이 넘는 진품 대신 진짜와 구별하기 어려운 짝퉁을 찾는 수요가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국내 단속이 강화되고 중국 인건비가 오르면서 밀수입이 쉽지 않아진데다 한류열풍으로 일본인 등의 한국방문이 증가하면서 짝퉁 수요가 늘어난 점을 악용했다"고 말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