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에스메랄다스 정유공장.
SK건설이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만든 이 증류탑은 길이가 아파트 36층 높이 수준인 3.3m, 무게가 45인승 대형버스 114대에 육박하는 1261t에 이른다. 하루 생산용량도 1.5L 콜라 페트병 439만 개가 넘는 40만 배럴을 자랑한다.
증류탑은 한 달간 1만1100km의 항해를 거쳐 다음 달 SK건설이 짓고 있는 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안에 세워질 예정이다. 기존에 있던 증류탑보다 2배 이상 큰, 기념비적인 플랜트 설비의 운송, 설치 과정을 촬영하기 위해 세계 유명 다큐멘터리 채널 제작팀도 두바이 현장을 찾는다. 그야말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정유 플랜트 시공 현장이다.
○중동에서 초대형 프로젝트 잇달아 수주
올 들어 SK건설은 중동 지역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중동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따낸 19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중동에서 잇달아 승전보를 알린 것.
특히 사우디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발주한 것으로, 세계 12개 건설사들과의 경쟁을 뚫고 이뤄낸 성과라 화제를 모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산업도시인 주베일 시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걸프만 해안지역에 가스플랜트를 신설하는 공사로, SK건설은 가스처리시설, 유틸리티시설, 액화천연가스(LNG) 분류시설 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했다.
4월엔 UAE에서 ‘페트롤리엄 인스티튜트(PI) 직원 주거단지’의 건축 공사를 단독 수주했다. 이 공사는 엄격한 친환경 건설 규정인 ‘에스티다마’가 적용된 것으로, SK건설의 친환경 건축 시공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UAE는 건설로 인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스티다마 규정을 만들어 올해부터 본격 적용하고 있다. 8월에도 루와이스 시에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애드녹’ 직원을 위한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1억6600만 달러 규모의 건축 공사를 따냈다.
○남미 발전플랜트 시장까지 진출
SK건설은 중동, 아시아 외에 남미까지 발을 넓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발전소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발전플랜트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달 초 남미 파나마에서 수주한 화력발전소 사업이 대표적이다. 파나마 최대 화력발전소인 ‘파코(PACO) 플랜트’를 짓는 6억6200만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SK건설은 이 프로젝트의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 등 모든 과정을 도맡았다. SK건설은 내년 1월 공사에 들어가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서쪽으로 120km 떨어진 카리브 해 연안지역에 150MW급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2015년 준공할 계획이다.
SK건설 측은 “무엇보다 중남미 지역의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에 이어 남미 업체가 강세를 보여온 파마나 시장에 새로 진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파나마 발전플랜트 사업에 성공함으로써 중남미 시장의 발전플랜트 사업 수주에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