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처럼 수백번 쓰다듬어야 제맛 나제”
‘어란 명인’ 김광자 할머니가 5일 전남 영암군 자택에서 어란을 살펴보고 있다. 어란은 간장을 푼 물에 담가 다갈색을 띠며 참기름을 여러 차례 발라 윤기가 흐른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김 할머니의 손을 보니 지문이 희미했다. 어란은 하루에 4∼6번 뒤집어가며 참기름을 바르고 말려야 한다. 큰 것(알무게 1200g 이상)은 3개월, 보통(250∼300g)이나 작은 것(100g)은 1, 2개월 걸리니 어란 하나에 많게는 500번, 적게는 200번 손이 간다. 오전 4시 반부터 밤 12시까지 작업이 이어지면 지문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다.
“어란은 애기처럼 살살 자주 쓰다듬어 줘야 제맛이 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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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은 연한 소금물에 담가 핏물을 뺀 후 간장을 탄 물에 24시간 정도 넣어 빛깔과 맛을 낸다. 건조판에 올린 뒤 목판을 얹어 넓적하게 만든 후 그늘에서 수백 번 뒤집어가며 참기름을 바르는 과정을 반복하면 딱딱하게 굳는다. 크기가 제각각인 알에 맞춰 간장에 담그는 시간을 조절하고 골고루 건조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 만든 어란은 종이처럼 얇게 썰어 술안주로 즐기면 된다.
작업은 모두 집에서 한다. 영암 김 할머니의 2층집에는 집 안은 물론이고 옥상까지 곳곳에 선반이 칸칸이 달린 건조대가 설치돼 있었다. 할머니는 “어란은 마른 정도에 따라서 위 칸에서 아래로 차례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참기름도 깨농사를 짓는 이웃집에서 깨를 사와 직접 짜서 사용한다. 1999년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는 김 할머니를 어란 명인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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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자 어란’은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200g에 20만 원. 예전에는 해마다 판매되는 양이 들쭉날쭉했지만 판로가 확보되면서 판매량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명이 붙어있을 때까지 만들어야제. 평생 한 거라 하나도 안 힘들어.” 김 할머니는 또렷하게 말했다.
영암=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