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중심 직업교육의 산실‘특성화 프로그램’ 살펴보니…
서울여상 한상국 교장이 교내 실습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 학교는 회사나 은행 같은 시설을 실습실에 만들어놓고 업무처리 방법을 가르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1 “금융, 산업계에서 서울여상 출신이라고 하면 다들 신뢰합니다.”(장명희 KDB 산업은행 개인금융영업단장)
#2 “서울여상이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돼요.”(성미희 우리은행 지점장)
#3 “서울여상 출신은 똑똑한 데다 인성도 좋다는 평가를 주위에서 자주 듣습니다.”(정재금 국민은행 지점장)
높은 취업률의 비결은 ‘선(先)취업, 후(後)진학’의 진로지도 방침이다. 학벌 중심의 사회풍토로 많은 전문계고가 취업 중심의 교육과정을 포기했지만 서울여상은 그렇지 않았다.
교사들은 대학 진학을 원하는 신입생에게 굴지의 기업에서 핵심 요직을 맡은 선배를 소개하며 취업을 설득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1학년 때는 70%가량이 진학을 희망하지만 3학년 때는 70%가 취업을 선택한다. 중3을 대상으로 1년에 3차례 여는 입학설명회에서도 ‘100% 취업률’을 강조한다.
이 학교도 위기를 느낀 적이 있었다. 1990년대 들어 특목고 열풍이 불면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전문계고에 보내기를 꺼리자 입학생의 성적 수준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돌파구를 모색했다.
2005년에 금융, 국제통상, e비즈니스를 특성화하기로 했다. 이런 분야의 인력을 원하는 기업이 늘면서 “굳이 대학부터 보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학부모가 늘었다. 입학생의 내신 수준도 상위 15% 안팎으로 높아졌다.
서울여상은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3학년 학생은 모두 330m²의 연습기업실습실에서 은행 텔러나 대기업 사원 체험을 한다. 실습실은 대표이사 자리와 접견실, 회의실을 갖췄다. 팀장 차장 대리 평직원의 자리까지 구분해 실제 회사와 비슷하다.
교육과정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기업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인사담당자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산업체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통해 서울여상 출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개선한다.
영어 실력을 더 갖추면 좋겠다는 지적이 나오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비즈니스 영어 수업을 강화하는 식이다.
산학협력 강화도 서울여상이 노력하는 부분. 45개 기관 및 기업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정규수업에서 배우기 힘든 지식과 기술을 가르친다. 1인당 200만 원을 주고 창업을 지원하는 학교기업 마이트라(MYTra)도 취업이나 창업 교육에 도움을 준다. 올해 이 학교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입사한 천현주 씨는 “학교기업에서 쇼핑몰을 창업했는데 무역실습일지를 작성하고 실무회계를 보는 일이 재미있어 관련 업종으로 취업했다”고 말했다.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입학과 동시에 3년간 ‘미덕노트’를 쓰도록 한다. 봉사활동이나 효도 등 다양한 수행평가를 기록하기 위해서다.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에는 전교생이 편지를 쓰고, 48년간 자매결연 관계인 군부대에 위문편지와 성금을 보낸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 서울여상의 취업교육 프로그램
○ 학교기업 MYTra
수업을 통해 배운 지식과 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쇼핑몰. 학생 1인당 200만 원까지 창업자금을 제공해 여성 캐주얼 브랜드 등 론칭.
○ 취업생 리콜제
입사 전 제시 연봉과 금액이 차이가 나거나 기업 환경, 직원 복지 등의 처우가 달라져 중도에 회사를 그만둔 졸업생의 경우 다시 학교에서 우수 산학협력업체로 취업 알선.
○ 취업 2년 유지제
입사 후 동일 기업과 2년간 취업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 산학협력 기업과의 우수한 관계를 계속 유지, 신뢰를 쌓아 추후 졸업생의 취업 장려.
○ 연습기업 실습실 운영
대표이사 자리와 접견실, 회의실 등을 갖춘 실습실에서 실제 기업업무를 체험하고 전화응대법, 인사 예절 등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