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이 자서전에서 과거 박근혜와 얼굴을 붉혔던 비화들을 소개했다. 박근혜는 2002년 5월 방북해 김정일과 남북 축구팀 경기에 합의한 뒤 돌아와 정몽준이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에 이를 무리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그해 9월 경기장에서 만난 박근혜는 관중이 사전에 약속된 한반도기 대신에 태극기를 흔들고, ‘붉은 악마’가 “통일조국” 대신 “대한민국”을 외치는 데 대해 정몽준에게 화를 내며 따졌다는 것이다. 정몽준은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박근혜와 겪었던 마찰 사례도 소상히 공개했다.
▷한때 두 사람은 서로 ‘정치적 구애(求愛)’를 한 적도 있다. 2002년 대선 때 정몽준은 한나라당을 떠난 박근혜를 자신이 만든 국민통합21의 대표에 앉히려 애썼다. 그러나 ‘정체성 차이’를 이유로 박근혜가 거부해 실패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박근혜가 정몽준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둘 사이는 급격히 소원해졌다. 주로 정몽준이 먼저 공격을 하는 편이다. 그러면 박근혜 측근들이 나서 반격을 가한다. 정몽준은 ‘박근혜 대세론’를 겨냥해 “정치인의 인기는 목욕탕 수증기와 비슷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