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행장급 한명도 없어… 직전 단계인 본부장은 6명연말 인사때 승진여부 촉각
하지만 산업계의 이런 흐름과 달리 보수적인 금융계에서는 ‘직장인의 꽃’이라 불리는 여성 임원의 탄생이 당장은 요원해 보인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는 부행장 및 부행장보(상무)급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 임원 직전 단계인 본부장 직함을 단 여성은 KB국민은행의 김행미 강동지역본부장(54)과 박해순 서부지역본부장(52), 우리은행의 윤유숙 경기서부영업본부장(56)과 홍성대 영등포영업본부장(54), 신한은행의 유희숙 남서영업본부장(50), 하나은행의 김덕자 용산영업본부장(52) 등 6명이 있다.
현재 씨티, HSBC,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는 9명의 여성 임원이 있다. 외환은행도 최근 변호사 출신의 구수린 부행장보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외부 영입 인사여서 여성 직원들의 ‘역할 모델’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18개 시중은행에서 공채로 입사한 여성이 임원에 오른 사례는 권선주 기업은행 신용카드사업담당 부행장이 유일하다. 권 부행장은 1978년 입행 후 올해 1월 기업은행의 첫 여성 임원이 됐다.
금융계의 여성 임원이 드문 것은 과거에는 대졸 여성의 입행 자체가 적었던 데다 외환위기 때 여성이 주로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면서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는 인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권 부행장을 발탁한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여성 임원을 만들려고 해도 합당한 능력을 갖춘 인력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며 “그 자리에 있어준 권 부행장에게 내가 더 고맙다”고 할 정도다.
임원 직전 단계인 본부장까지는 올라가도 이후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전략기획 분야의 여성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본부장까지는 영업능력만 있어도 승진할 수 있지만 임원은 회사 전체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하므로 다양한 국제 경험과 기획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인력의 활용을 극대화하려면 내부 승진을 통한 여성 임원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5월 취임한 이순우 우리은행장과 작년 12월 취임한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올 연말 인사가 행장 취임 후 첫 번째 실시하는 인사인 만큼 여성 임원 탄생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