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년전 용암이 뚫은 3.6km 터널… 통일신라시대 유물 - 흔적 고스란히
25일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 전용문 연구원이 석회질 결정이 맺힌 종유관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제주=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동굴에서 발견된 멧돼지 뼈. 이 멧돼지는 통일신라시대 때 제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유산관리단 제공
기자는 이날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 전용문 연구원(38·지질학 박사)과 함께 제주 용천동굴(龍泉洞窟·천연기념물 466호)을 1시간가량 탐사했다. 용암이 땅속을 지나가면서 만들어진 터널 형태의 이 동굴은 내부 현무암 분석 결과 최소 2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용천동굴은 2005년 5월 전봇대를 박던 한국전력 직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고 2007년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이후 학술적 탐사 이외에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 세계 유일의 황금색 용암동굴
용천동굴은 총 길이 3.6km, 최대 폭 14m, 높이 20m에 달하는 대형동굴이다. 한동안 걸어도 끝이 나오지 않았다. 수차례 넘어질 뻔한 울퉁불퉁한 바닥은 흐르던 용암이 식는 도중 또 다른 용암이 흘러오면서 굳어진 주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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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에 남은 신라인의 숨결
벽면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과 함께 조개와 전복껍데기도 붙어있었다. 전 연구원은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드나들다 벽을 횃불로 찔러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바닥에는 사용하다 남은 숯이 석회에 묻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용천동굴에서는 통일신라시대 토기 22점과 철기류 4점이 발견됐다. 8세기 전후 제주도에 살던 사람들이 이 동굴에 출입했다는 증거다.
용천동굴은 통일신라시대에만 우연히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이후 인위적으로 폐쇄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통일신라시대 토기 외에 다른 시대의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조선 후기 제주목사를 지낸 이형상(1653∼1733)이 작성한 ‘탐라순력도’에도 용천동굴의 존재가 나타나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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