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세금으로 메울 판… 자식세대로 부담 전가
○ 팔면 팔수록 적자
대표적인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은 2분기(4∼6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늘어난 약 9조1161억 원어치의 전기를 판매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81.1% 늘어난 8035억 원에 달했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취약한 사업구조다. 상장기업인 한국가스공사 역시 2분기 매출액은 5조806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02억 원으로 14.2% 줄었다. 가스공사 측은 “원료비 상승을 2개월마다 요금에 자동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비상시에 정부가 이를 유보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요금 인상을 미뤄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세대 간 ‘폭탄 돌리기’가 된 부채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원료 가격의 상승분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왔던 정부는 이달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9% 올렸지만 여전히 원가의 90.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전기요금 원료비 연동제도 시행이 유보됐다. 문제는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채가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기업이 파산위기에 몰리면 결국은 정부가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그리스 등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재정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매년 조 단위로 늘어가는 부채는 현 세대는 아니더라도 결국 다음 세대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력과 가스 등의 가격이 낮다 보니 민간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원을 활용할 동기도 크지 않다. 낮은 전기 및 가스 요금은 탄소에너지를 줄이자는 녹색성장 정책과도 모순되는 부분이다.
○ 장기 전망도 불투명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기업들의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했던 현 정부가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여론에 밀려 한전 등의 민영화를 포기했듯이 차기 정부도 민영화는 물론이고 전기요금 현실화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구자윤 한양대 교수(전기공학)는 “한전은 이미 부실경영의 위기가 임계점을 지났다”며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에너지 가격 정책을 결정한다면 LH공사와 같은 막대한 부채를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