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저가격 ‘미드 럭셔리’ 시장의 재발견
2005년 6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끌레도르(Cled‘Or)’ 출시를 담당했던 김태훈 빙그레 마케팅실장의 말이다. 끌레도르는 배스킨라빈스, 하겐다즈 등 경쟁 브랜드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2011년 현재 전용 매장이 아닌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일반 유통점에서 판매되지 않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40%를 차지했다. ‘메로나’ ‘더위사냥’ 등 대중적 아이스크림 브랜드로만 알려졌던 빙그레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 뒤늦게 진출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8호(9월 1일자)에 실린 끌레도르의 성공 비결을 요약한다.
○ 투게더 클래스의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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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게더 클래스는 기대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빙그레는 투게더 클래스의 부진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빙그레는 고객들이 ‘투게더 클래스’를 ‘투게더’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제품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소비자들은 ‘투게더 클래스’를 ‘투게더’와 거의 유사한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브랜드 특징에 대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소비자들은 ‘투게더 클래스’의 이미지에 대해 ‘투게더’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가족적이다’ ‘부드럽다’라는 답변만 내놨다. 결국 빙그레는 본질적인 해결 방법, 즉 새로운 브랜드 출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유통형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탄생
빙그레는 새로운 브랜드 탄생을 위해 해외 아이스크림 시장을 면밀하게 조사했고 일본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했다. 일본은 이미 1980년대 중반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후 일본 소비자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품질이 더 우수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호했다. 빙그레는 일본 시장의 변화가 한국에서 유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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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는 경쟁력 있는 가격 책정과 새로운 세분시장 창출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전용 매장을 운영하지 않아 비용을 절감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낮추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차별화를 위해 가족 소비자를 핵심 고객 집단으로 선정한 경쟁 브랜드와 달리 젊은 여성 소비자를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김 실장은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전용 매장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임대료와 인건비만 제거해도 제품 가격의 20∼30%를 낮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베이커리 체인과 제휴, 기내식 진출도
빙그레는 전용 매장이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유통 채널 발굴에 나섰다. 핵심은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베이커리 체인과의 제휴였다. 끌레도르는 브랜드 출시 때부터 CJ와 협약하고 베이커리 체인인 ‘뚜레쥬르’에 끌레도르 제품을 공급했다.
빙그레는 매장이 필요했고 뚜레쥬르는 빵만으로는 다소 부족한 제품 라인업을 보강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줄 수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제휴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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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소문 마케팅과 팝업 스토어 활용
빙그레는 몸값이 비싼 톱스타를 이용한 천편일률적인 광고를 지양했다. 끌레도르의 핵심 고객인 젊은 여성들은 아이스크림을 구매할 때 맛 외에 이미지와 문화와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이에 빙그레는 팝업 스토어, 아이스 밴 등을 활용한 새로운 마케팅을 실시했다.
팝업 스토어(Pop-up Store)는 온라인에서 이벤트나 공지사항 등을 알리기 위해 뜨는 ‘팝업(Pop-up)’창처럼 잠깐 나타났다 이내 사라지는 가게를 말한다. 나이키 같은 브랜드들은 팝업 스토어를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닌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알리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끌레도르는 지난해 여름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 스토어 1호점을, 올해 6월에는 홍익대에 2호점을 냈다.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실시했다. TV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양지훈 셰프가 끌레도르 제품을 이용해 특별한 프리미엄 디저트를 만드는 비법을 알려줬다. 젊은 예술가들이 출연한 끌레도르 미니콘서트를 개최했고 여성들을 위한 네일아트 서비스도 실시했다.
빙그레는 유럽 도로변에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밴 형태의 차량들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벤츠 차량을 개조한 뒤 끌레도르 전용 아이스 밴을 제작했다. 이 밴은 타깃 고객인 20대 여성들이 주로 밀집해 있는 명동, 강남, 이화여대, 홍익대, 대학로 등을 돌며 끌레도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끌레도르의 성공은 마케터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우선 미드 럭셔리(Mid-luxury)라 불리는 중류 시장의 재발견이다. 많은 마케터가 최고급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곳은 경쟁이 치열하고 성공한 기업도 많지 않다. 빙그레는 이를 인식해 시장 규모가 크고 마케팅 효율이 높은 미드 럭셔리 시장을 공략해 성공했다. 마케팅 학계에서는 프리미엄 시장보다 고객들에게 최적의 가치를 제공하는 미드 럭셔리 시장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또 섣부른 브랜드 확장이 위험하다는 사실도 잘 보여준다. 빙그레는 애초 ‘투게더 클래스’로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했다. ‘투게더’라는 대중적 브랜드의 이미지가 전이돼 잠재 고객들에게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확장할 때에는 성격이 맞는 분야를 잘 선택해야 한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profkim@snu.ac.kr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광노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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